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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2 - 완결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2권은 연못에 빠졌던 하람이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렸을 적 기우제의 기억과, 기억 속에서 봉인되어 있던 과거의 소리를 떠올린 하람. 분명 누군가 자신의 눈을 잠시만 빌려 간다고 했다.
홍천기는 도화원 생도가 되었다. 하람은 어느새 그녀를 자주 생각하고 그녀에 대해 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들만 가득한 도화원에서 여인인 그녀를 혼자 두는 게 싫고, 자신은 그 모습조차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경 쓰인다. 게다가 마(魔)로 인해 눈동자 색이 변할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하니까 무서운데 홍천기가 그런 자신을 피할까 봐 더 무섭다고 느끼는 중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것. 그러나 긍정적인 그녀는 오히려 그 덕분에 같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하람에게 무섭지 않다고 말해준다.
조정의 대신들은 여인에게 관직을 주는 것을 반대하지만, 홍천기는 자신의 노력으로 관직을 받아 바로 하람에게 달려간다.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마음이 서로를 향해 있다. 그 애틋함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붉기 만한 세상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반갑다면, 귀공은 팔만 펼쳐 주세요. 뛰어가 안기는 건 제가 할 테니.”
붉은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던 하람에게 홍천기의 목소리를 빛이었고 구원이었다. 그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보이지 않아서 더 강렬한 빛을 향해 나아갔다. (p.169)
홍천기에게는 ‘보고 싶었다.’이지만, 하람에게는 ‘보고 싶다.’였다. 그 말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기에 보고 싶었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보지 못하니 아름답다고 말해 줄 수 없고, 아름답다고 말해 줄 수 없으니 사랑한다고 말해 줄 수 없었다.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기에 보고 싶었다. (p.224)
소설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항상 홍천기를 잘 챙겨주는 견주댁,
돈이 되는 일을 선택하기보다는 홍천기의 재능을 아껴주고 보호해주었던 화단주 최윤호,
누구보다 그림을 사랑하고 홍천기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던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이용.
그리고 백유화단의 기해년 동갑내기 개떼라고 불리는 개놈(최경), 개충(홍천기), 개둥(차영욱)을 빼놓을 수 없다. 평소에는 거친 말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다반사지만 어렸을 적부터 함께 커오고 알고 지낸, 누구보다 벗을 생각하는 동문 사이다. 그림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실력을 키워나가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편 소설은 본격적으로 왜 하람 안에 있는 마(魔)가 홍천기를 노리는지, 그리고 하람에게서 마(魔)를 빼낼 방법과 눈을 빌려 간 존재를 찾는 것, 다시 눈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홍천기의 아버지인 홍은호의 그림과 어용(임금의 초상)의 비밀, 홍천기의 그림을 계속 사갔던 흑객과 저잣거리에서 만났던 노파의 정체도 2권에서 밝혀진다는 점. 마지막에 다다르기까지, 점점 하나둘 밝혀지는 비밀에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역시 정은궐 작가의 소설!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