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 대담한 사람, 오만한 사람, 나서는 사람
마거릿 맥밀런 지음, 이재황 옮김 / 산처럼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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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면, 어쩐지 시대의 한 획을 그었다 할 정도로 이름을 떨친 위대한 사람들을 떠올려야 할 것만 같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결단력 있고 머리가 좋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쓴 글쓴이의 접근방식은 조금 다르다.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되 그 개인을 전체적으로 두루두루 바라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시작해 성장 과정이라든가 당시 그 사회의 시대적 배경까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개인과 그 주변 이야기를 시시콜콜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자칫하면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와 개인이라는 소재를,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다가가기 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빛나는 지도자도 알고 보면 꽤 모순적이고 괴팍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여러 성향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 개인임을 보여준다. 물론 이건 글쓴이만의 판단은 아니라는 점. 이 책은 당시 그 인물을 가까이서 바라보고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인용함으로써 신뢰성을 더해주고 있다.

 


  각 장은 다섯 개의 큰 주제로 되어 있는데 <제1장 설득과 통솔의 리더십>에서는 오토 폰 비스마르크,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등장한다.


  비스마르크는 대학에서는 술과 도박을, 관료 생활 첫 직책에서는 게을렀고, 인근에서 '미친 융커'로 소문이 날 정도로 별별 기행을 일삼던 남자였다. 그러나 보궐 선거에서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정치를 하게 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그에게는 뛰어난 정치 감각이 있었다. 여기에 왕 빌헬름 1세의 지지까지 더해져(물론 두 사람은 정반대의 성격이었고, 논쟁도 끊이지 않았지만) 독일을 강국으로 만들게 된다.
  비스마르크가 아군이든 적군이든 자신이 원한다면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거칠 것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라면, 윌리엄 라이언 매켄지 킹(캐나다 총리)은 세심함, 부지런함이 연상되는 인물이다. 사실 킹은 감상적인 면과 인색적인 면 두 가지를 다 갖추고 있었다. 사교활동은 시간 낭비라고 투덜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지도자로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늘 애매한 발언을 해서 답답함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정치적 기술이었을 것이다.
  루스벨트는 하나의 정책을 시도했다가 스스로 뒤집어버리는 행동, 기묘한 인사정책 등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같다. 하지만 커다란 위기가 닥친 순간에도 여전히 침착했다는 점, 미국 국민에게 낙관적 태도를 지닐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점만은 높이 사고 싶다.  

 


  <제2장 오만과 독선의 결과>에서는 민주적 지도자와 20세기형 독재자들을 다룬다.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해 융통성이 부족했던 우드로 윌슨.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만 밀어붙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던 마거릿 대처.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목숨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던 스탈린과 히틀러.
이들은 모두 큰 야망을 품고 있었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도자는 정치적 대립을 겪더라도 어느 정도 균형 있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하건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다. 자신의 직감, 자신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것. 결국, 그것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제3장 세상을 바꾼 모험심>에서는 사업가 맥스웰 에이킨, 정치가 리처드 닉슨, 탐험가이자 민족학자, 그리고 식민지 개척자인 사뮈엘 드 샹플랭의 일화가 나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결단과 대담한 추진력을 보인 모험가였다.

 


  <제4장 미지의 세계를 향한 그녀들의 호기심>에서는 낯선 세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세세하게 담아낸 여성들의 시선을 보여준다.
엘라지베스 심코는 캐나다에서, 패니 파크스는 인도에서, 이디스 더럼은 발칸 지역에서 생활하게 된다. 정착지에서의 생활이든 혹은 여행이든, 분명 그녀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문화라 낯설고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도 그녀들은 어느새 그곳에서의 삶을 즐기기 시작하고 만난 사람들에게 그곳에 대해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일기나 회고록은 훗날 역사가에게 있어 당시를 알 수 있는 연구 자료가 된다.

 


  <제5장 관찰과 기록의 힘>에서는 바부르 황제, 마르셀 트뤼델과 찰스 리치, 하리 케슬러, 빅토르 클렘페러가 나온다. 관찰, 기록이라는 점에서 제4장과 이어진다 할 수 있겠다.
문득 이들을 통해 느낀 게 있다. 역사란 것은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큰 성과를 남기지 않더라도, 기록하는 그 자체 또한 역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생생함, 생동감 있게 읽을 있는 것도 바로 이렇게 순간순간들을 구체적으로 담은 기록에서 비롯되는 것 아니겠는가. 더불어 그 인물, 그 시대, 그 역사적 사건들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있고 말이다.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업적의 나열이나 지나친 미화가 아닌,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대로 살펴볼 수 있었던 책. 덕분에 역사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한 수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케슬러나 클렘페러처럼 기록을 남긴 사람들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
그들은 과거의 어느 특정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들(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을
내부에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들은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캐나다의 변경에서,
나치스 독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게 도와준다. 그들은 놀랍고도
생생하고 세세한 내용들이 우리 곁에 있도록 제공해 과거의 인물들을 알 수 있게 한다.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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