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오베.
그는 아침마다 동네 시찰을 하며 불법주차라든가 쓰레기 처리장을 확인하고 물건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인터넷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문 손잡이를 세 번 잡아당기는 습관이 있다.
그가 얼마나 까칠한 남자인지는 이웃을 지칭하는 말만 봐도 알 수 있다.
겉멋쟁이(앤더스, 오베의 집 맞은편에 살고 있으며 아우디를 모는 남자), 금발 잡초(앤더스의 여자 친구)와 똥개(금발잡초의 반려견), 자전거 보관소 젊은이(아드리안), 과체중 알레르기 환자(지미), 동성애자(미르사드), 외국인 임산부(파르바네), 멀대(패트릭, 파르바네의 남편) 등등.
오베는 이웃들을 통틀어 별의별 정신 나간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청구서도 다 지불했고, 융자도 빚도 없고 신문 구독도 끊었다. 이제 죽기만 하면 된다.
죽은 아내의 곁으로 가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것. 오베는 그것이 자기에게 남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우연이겠지만, 그가 자살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이웃들에게 방해를 받는 상황이 펼쳐진다.
천장에 구멍 뚫으려 하는데 멀대와 임산부가 초인종을 누르더니 사다리를 빌려 가지를 않나,
천장에 겨우 밧줄을 연결해 이제는 성공하나 싶었는데 그만 밧줄이 뚝 끊어지고 만다.
차고에서 배기가스로 죽으려고 해봤지만 이것도 방해를 받아 결국 실패.
이번엔 역으로 갔으나 하필 그 타이밍에 선로에 떨어진 남자를 발견해 승강장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오베는 어느새 영웅이 돼 있었다. 물론 오베는 자신이 영웅이 되든가 말든가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하루를 망쳤다며 푸념할 뿐이다.

 

 
이처럼 오베의 삶은 자신의 생각대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쩌면 오베가 느끼기에는 황당하고 화나고 온통 마음에 안 드는 일 투성이일지도 모르겠으나 독자에게는 이 점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누가 찾아와 그의 혼을 쏙 빼놓을 것인지 슬슬 기대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잠시 죽음을 미뤄야 하는 일이 생긴다.
한때는 의기투합하기도 했고 많이 싸우기도 했던,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웃 루네. 그런 루네를 복지국 사람들이 무조건 요양원 데려가려 했기 때문이다. 오베는 하얀 셔츠의 남자가 루네를 데려가지 못하게 전쟁을 시작한다. 오베식으로 표현하자면 이건 빌어먹을 전쟁이다.

 


처음에는 뭐 이리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고 답답한 남자가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 까칠함 이면에는 나름의 관심이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오베는 이웃들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남자였다.
말이나 행동은 퉁퉁거리고 있지만 어느새 이웃들의 일에 조금씩 나서고 있었고 섞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오베는 만약 도와주지 않으면 그가 죽고 나서 아내와 만났을 때, 아내가 잔소리할 게 뻔하니까 도와준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마저도 살짝 귀엽게 느껴졌다.

 


알고 보면 질서를 잘 지키고, 물건을 아껴 쓰고, 규정 속도를 준수하는 남자.
누군가의 말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으며 고자질을 하기보다는 침묵을 지키는 남자.
그는 자기가 맡은 일에는 의무와 책임을 다했으며 기본적으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오베는 남들에게는 똑같이 까칠할지언정 아내에게만은 따뜻한 남자다.
그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 다정한 말 한마디 없어도 오베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내에게 마음을 표현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너무 좋았다.
점점 알아갈수록 오베라는 캐릭터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기적이고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밀리지 않는 말솜씨로 나름 통쾌한 한마디를 날려줄 때!! 그때는 그 까칠한 성격이나 말투마저도 다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오베 덕분에 속 시원했고, 많이 웃었고, 마음 찡하기도 했다.
까칠함도 까칠함 나름이더라. 투박하고 무뚝뚝해도 정이 있는 오베! 오베같은 까칠함이라면 얼마든지 O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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