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시인 김준의 감성과 화가 이혜민의 그림이 만나 그리움의 깊이를 더욱 짙어지게 만든다.
『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작가의 말’조차도 한편이 시가 되어 마음에 내려앉는 그런 책.
작가 김준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단어를 되새겨 보게 하는, 그런 시를 쓰는 시인이구나 싶다.
입안에서 곱씹던 의미들은 그대로 산화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맴돌며 더욱 깊숙이 퍼져나가는 느낌이다.
같은 하늘에서
당신이 숨을 쉬고 있어
밤이 오는 노을 길목에서
어둠에 적어 놓은 말
사랑합니다. (p.32, <밤하늘>중에서)
'시'라는 장르이기에 산문이나 소설에 비해 길지 않은 문장이지만 그럼에도 어쩐지 선뜻 속력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구절들이 자아내는 감정들이 묵직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내면에 잠들어있던 감수성을 톡-하고 건드린다.
눈물과 슬픔, 그리움과 기다림, 사랑과 이별.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어들이다.
마음은 어느새 여러 감정들로 작게 소용돌이치며 먹먹함으로 극대화된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마음이 버석거리고 서걱댄다. 그리고 눅눅하고 덩그렇게 남겨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단어와 단어의 나열이 이제는 감정과 감정의 나열로 다가오더라.
이별에 대한 글을 읽으며 이제는 무엇을 느끼면 좋을지 모를 때도 있었다.
아니, 섣불리 어떤 말도 꺼낼 수 없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어떤 말로도 위안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그리고 상대방이 괜찮다 하면 해주고 싶은 것, 그저 아무 말없이 그냥 안아 주고 싶다.
사람들은 저마다 잊어야 할 것 같지만 아직은 머무르게 하고 싶고, 놓아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어떤 시간이든, 의미든...
시를 읽으며 한껏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며 사랑한다 외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고 말이다.
어느 한쪽 길모퉁이에
네가 서 있을 때
나는 그 어느 한쪽 길모퉁이
다른 한쪽에 있기를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아니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조차 모른다 해도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이
푸르거나 혹은 흐리거나 존재하는 그날까지
같은 하늘임을 행복해하기를
그리하여 그 길모퉁이를 돌아
언젠가 만날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행복해하기를
서로에게 닥친 다른 일상과 경험들이
밤새워 풀어놓아져 눈물과 웃음이 되어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기를.
(p.129, <우리는 언제나 길모퉁이에 서 있었다> 전문(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