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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 -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불온서적들
이재익.김훈종.이승훈 지음 / 시공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이재익, 김훈종, 이승훈.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세 남자가 책 이야기로 뭉쳤다.
그야말로 책 속의 책인 셈인데 제목이《빨간 책》이라니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눈을 번쩍, 귀를 솔깃하게 만들어 자기도 모르게 책으로 이끌릴지도 모르겠다고.
정말이지 책 제목 한번 잘 지었다 싶다.
책 이야기니까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이 책은 책 독후감이면서 어느 순간에는 자신들이 겪었던 일화를 털어놓아 때로는 일기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오는데 그 책에 대한 시선, 작가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 있다.
무엇보다 세 남자의 입담은 거침없고 자유로우며 솔직하다는 점.
여기에 덧붙여 각각의 소제목은 그들이 읽었던 책들을 한줄평으로 요약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 새삼 그 책의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재익의 책에서 인상 깊었던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책벌레 소년이었던 그가 열두 살 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읽었던 책,
종교는 없어도 유일한 삶의 경전이라 부르는 책,
이제는 누가 언제 물어도 최고의 책으로 꼽는 한 권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정말 우주여행을 하는 듯한 쾌감이 있다고 하니 조만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김훈종의 책에서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요즘 서점에는 수많은 버전의 여행책, 여행 에세이가 나오지 않던가.
글쓴이가 그것을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이 책을 소개한 이유가 나름 있을 거라는 말씀!!
사실 그는 남들이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할 때도 자신은 그냥 친구들이랑
놀았던 게 더 좋았다고 한다.
그러다 그의 ‘피를 확 돌아버리게 만든 책’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이 책은 빌 브라이슨 특유의 '궁시렁' 한 사발과 '불평불만' 한 다발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걸 이미 눈치챘기에 내게는 그저 궁금한 책 중 하나가 되었다.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는 그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수다에서 시작해 그의 서재를 거쳐
결국 그의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여행을 통해 일상성을 벗어나 진정한 자아의
민낯을 확인하는 작업들인 것이다. 색다른 감정과 사유를 극한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행지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이 자세하게 담긴 여행기의 정수는 결국, 그 여행기를
읽고 나면 그곳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여행기를
쓴 필자와 함께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여행기야말로 궁극의 여행기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여행 버킷리스트 1순위엔 언제나 빌 브라이슨이 있다. (p.93~p.94)
이승훈의 책에서는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가 기억에 남는다.
《69》는 주인공 야자키가 살면서 세 번째로 즐거웠던 해인 1969년에 벌어진 일들을 그린 이야기다.
첫 번째,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로 즐거웠던 해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쩐지 조금 독특하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쩐지 글쓴이의 질문이 더 머릿속을 맴도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오늘만큼은 글쓴이가 던진 질문으로 남은 하루를 보내며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
모두들 다음과 같은 물음표를 자신에게 던져보기를.
그리고 그것이 언제가 되었든 떠올림과 동시에 마음까지도 다시 한 번 그러한 기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해는 언제인가? ...(중략)...
내가 세 번째로 즐거웠던 해는 언제일까 생각해보았다.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