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시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그림형제 동화전집.
책 제목을 접하고 목차를 봤을 때, 그림형제가 쓴 동화가 이렇게 많았나 잠시 놀랐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림 형제가 약 200년 전 “수집”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형제는 독일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집념이 많았는데 신화, 전설, 동화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쉽게 생각해서 우리나라 전래동화와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 많은 이야기를 모으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노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렇게 완역본이고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으니 독자로서는 참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야코프 그림(좌측)과 빌헬름 그림(우측)

본격적으로 동화를 읽기 전,
우선 역자 해설을 통해 그림 형제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형제의 삶은 어쩐지 역경을 이겨내는 동화 속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행복하고 유복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겪는 고난,
이모의 도움으로 리체움에 들어가 받게 되는 학교 교육,
귀족 가문 출신 아이들에게 받는 멸시, 끊임없는 노력으로 수석 졸업,
대학 입학, 그러나 이어지는 불공평한 처사...
그야말로 시련이 반복되며 굴곡진 삶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형제는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게 되는데 법률을 잘 이해하기 위해
신화, 전설, 동화 그리고 민속 등에 관심 갖게 되었다고 한다.

 

 

 

 

 

목차를 보니 반가운 제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작은 빨간 모자, 브레멘 음악대 등등.
어쩐지 어렸을 적 동화책을 펼쳤을 때의 설렘이 다시 느껴진다고나 할까.

 

 

 

 

 

특히 아서 래컴을 포함해 다양한 삽화가의 그림이 함께 한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아서 래컴의 컬러 삽화는 앞쪽에 따로 모여 있었는데
인물의 표정, 동작, 동화의 분위기가 잘 살아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 같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는
1번 <개구리 왕자>부터 200번 <황금 열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동화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동물, 사물이 등장하고 왕자와 공주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상상력을 펼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동화지만 때론 잔혹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신데렐라>.
그러자 계모는 큰 딸에게 칼을 주며 말했습니다.
"네 엄지발가락을 잘라 버리렴. 왕비가 되고 나면 네 발로 걸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큰 딸은 자기 엄지발가락을 끊어 버리고는 지독한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신 속에 왼발을
집어넣은 뒤 왕자에게 갔습니다. (p.210)

이렇게 말하는 계모나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큰딸이나 둘 다 무섭다는 생각을 해본다.
왕자와의 혼인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가혹해질 수 있나 보다.

 

 

 


그래도 대개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 많다.
<충신 요하네스>는 왕자들도 살리고 요하네스 역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열두 왕자>에서도 막내 공주는 7년 동안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고 견디다
화형을 당찰 위기에 처하지만 12마리의 까마귀가 나타나 왕자로 변하면서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된다.

 

 

 

동화를 읽다 보니 재미있는 발견도 하게 된다.
<라푼첼>에서는 아내가 상추를 먹고 싶어 하는데 라푼첼은 상추를 뜻하는 독일어라고 한다.
그래서 여자 마법사가 여자아이 이름을 라푼첼로 짓는다.
<엄지둥이>에서 엄지는 딸이 아니라 아들로 나온다.
달리기 시합 역시 토끼와 거북이를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에서는 <토끼와 고슴도치>가 등장한다. 토끼가 고슴도치를 우습게 여기는데 물론 승자는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아내와 함께 꾀를 내어 토끼를 33번이나 이긴 것!
이 동화는 제아무리 잘난 사람일지라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하여 남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다.

 

 

 

 

[어린이을 위한 성스러운 이야기]는
<숲 속의 성 요셉, 12사도, 장미, 하늘나라로 가는 길, 하느님의 음식, 세 개의 푸른 나뭇가지,
성모 마리아의 작은 잔, 외로운 할머니, 하늘나라의 결혼잔치, 개암나무 가지>

 

이렇게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에서도 어떤 동화는 종종 하느님, 예수, 천사가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뒤에 등장하는 10편은 제목부터가 종교적인 부분이 좀 더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도 동화는 여전히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앞으로도 종종 동화와 마주하고 싶을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