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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김지운 감독의 작품 중에 2008년 개봉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란 영화가 있다.
줄여서 일명 ‘놈놈놈’.
그런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라니 어쩐지 절묘한 느낌마저 든다.
이것은 단지 어딘가 닮아 있는 어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공감 되는 책 분류법이기에 재미있다고 여겨지면서도 어쩐지 기발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렘.
과연 저자는 어떤 책들을 읽었고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까.
그런 기대감을 안고 책장을 한 장씩 넘겨본다.
우선 목차 부분을 펼치니 책 제목들이 차례대로 빼곡하게 나열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저자가 2011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기록한 독서일기의 책 제목들인데 하나하나 읽으며 얼마나 놀라고 감탄했는지 모른다.
목차 그대로 꾸준히 책을 읽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장르도 정치, 사회, 고전, 문학 등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었는데 어쩌다 아는 책, 읽은 책이라도 발견하면 그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물론 처음 접하는 책 제목들이 더 많았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제목 부분에는 독서 일기를 쓴 시점과 관련해 당시 한국 사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신문기사를 발췌한 부분이 나오곤 한다.
이것 역시 이 책의 독특한 매력으로 보고 싶다. 한마디로 독서일기면서 동시에 시간지도인 셈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발췌 부분을 챙겨 읽는 것도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저자의 독서일기는 책 선정이나 내용면에 있어 그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결코 쉽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새로운 책들을 두루 알게 되고 간접적이나마 이렇게 먼저 접하게 되니 낯선 마음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발판 삼아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책을 접해야겠다고 느낀다.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사진전을 맞이하여 펴낸 책이다.
사진과 시로 이루어진 책.
특히 시는 개인적으로 감상을 쓰기가 좀 힘들다 여겼던 부분이라 저자의 독서일기를 통해 시를 바라보는 모습, 감상에 대한 부분을 참고해본다.
한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예전에 읽었던 책 중 하나라 기쁘게 펼쳤던 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방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마치 숲을 보듯 책에 접근하고 있었다는 것!
이것은 이 책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저자의 수준 높은 탐독 능력이었다.
언젠가는 저자처럼 심도 있게 책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다독은 못하더라도 책을 늘 곁에 가까이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피츠제럴드의 소설에는 자동차가 중요한 모티프로 나온다. 그가 이 모티프에 들인
정성은 이 소설의 잘 계산된 세부를 이룬다. 그는 위대한 신대륙이 문명의 이기에
의해 점차 쓰레기장이 될 것이라는 엔트로피적 상상력의 소유자였다. (p.475)
히피를 자연 친화적이면서 기계, 기술과 절연한 이들로 알고 있다면 대단한 오해다.
히피가 추구한 것은 ‘의식의 확장’과 ‘새로운 공동체’라는 두 축인데, 기계, 기술은 그것을
썩 잘 도와준다.(p.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