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를 쓴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장편소설이 나왔다.
『쓰가루 백년식당』.
우선은 그 표지부터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이렇게도 밤 벚꽃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자아냈을까.
봄 그리고 만개한 벚꽃, 벚나무의 꽃잎은 밤이 되자 빛의 반짝임으로 흐드러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1대 오모리 겐지부터 4대 오모리 요이치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의 삶을 번갈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형식이다.
100년의 시간을 잇는 사랑과 인연의 이야기.
오모리 식당은 원조 쓰가루 메밀국수의 전통을 이어받아 어느덧 100주년이란 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책을 읽고 있으니 왠지 히로사키 지역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어디선가 따뜻하고 맛있는 향이 솔솔 풍겨오는 것만 같다.

 


바쁘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오랜만에 가슴 뭉클해지는 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다정함을 간직한 인물들과 정감 있는 문장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하나하나가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으로 훈훈함이 감돌았다. 이런 게 바로 이 글을 쓴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의 필력이 아닐까.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진다는 오모리 식당의 메밀국수.
그 맛은 과연 어떤 맛일지 살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쓰가루 메밀국수는 처음에 노점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오모리 겐지’는 건어물 행상을 다니는 ‘도요’에게서 구워 말린 정어리를 샀고 그것으로 국물을 끓이곤 했다.
책 속의 몇몇 장면은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곤 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장면들이다.
도요가 오른쪽 발가락이 없는 겐지를 위해 아름답게 수가 놓인 삼베를 가져다주었을 때,
겐지가 마지막이 만남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떠나는 도요를 잡기 위해 기차역으로 달려갔을 때이다.

 


"도요, 내 식당에서 매일 맛있는 국물을 만들어주지 않겠어?"
"네……?"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밤공기가 두둥실 움직였다. 머리 위 암흑 속에서 벚꽃 잎 몇 장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p.81)  

 


물론 시대를 건너뛰어 요이치와 나나미의 만남과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도쿄에서 피에로로 일하며 풍선 아트 쇼를 보여주는 오모리 요이치.
사진작가의 꿈을 품고 도쿄로 상경한 쓰쓰이 나나미.
요이치는 첫 만남에서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얼른 풍선 사과를 만들어 주며 재치 있게 상황을 풀어나간다.
알고 보니 둘은 같은 히로사키 출신이었다.
요이치와 나나미는 재회 후 사귀게 되지만 현실의 문제와 겹치면서 싸움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몇 번의 오해가 있었지만, 결국엔 오해를 풀고 화해에 이르게 되니 참 다행이다.
요이치의 이야기에서는 고등학교 졸업문집에서 자신의 꿈을 적은 것을 발견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하나 더. 벚꽃에 관한 묘사는 글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빛나는 느낌이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벚나무다. 보통 벚나무보다 꽃이 많이 달리는 듯하여
마음에 들었다. 이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달빛과 가로등의 옅은 빛을
받아 암흑 속에서 환상적으로 빛나는 밤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p.198)

 


공원 안이 투명한 젤리로 가득 찬 것처럼 고요하고 평온했다.
벚꽃 잎이 지면서 닿을 때 팔락하는 소리마저 들릴 것처럼 잡음이 없다.
그저 두 사람의 발소리만 크게 울려 주위로 퍼져 나갔다.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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