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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책표지가 호기심을 가득 불러일으킨다.
손이 나와 있는 여행가방, 다리가 분리되어 있는 신체, 고양이와 상자. 그리고 거울과 붉은 옷.
어찌 보면 괴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건지 가늠하기조차 하기 힘들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판타지문학은 처음이다.
제대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읽다 보니 미로에 빠진 기분이랄까.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어느새 경계는 불분명해진다.
책 속의 주인공은 범죄 재연 프로그램의 재연배우 ‘해리’.
과연 그의 월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월요일,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신정동의 12층 건물 옥상에서 입에 레몬을 문 채 질식해서 죽어 있는 여자가 발견된 것이다.
뉴스에서 말하는 인상착의는 누가 봐도 해리에 가까웠다.
형사들은 해리를 용의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해리는 CCTV에 찍힌 모자야구를 보고 과거 ‘럭키’라 불렸던 소년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럭키를 재연하며 옷차림, 행동을 따라하게 되는데…
책 속의 해리란 인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본명은 김해경이다. 시인 이상의 본명과 같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재연배우가 되면서 해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자 조연출과는 자는 사이다.
사실 그는 모든 면에서 건조하고 무력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존재감이 없어 흐릿한 느낌. 그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느낌.
그러면서도 동시에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했다.
176세의 나이로 숨진 다윈의 거북이 이름을 따서 해리라고 지은 것.
자신이 아끼는 것들을 모아놓은 상자에 고양이란 이름을 붙여준 것.
몽유병 증상이 있어 가끔 기억이 깜빡깜빡 한다는 것.
특히 스토리에서 읽는 이를 매료시키는 건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에 대한 언급이다.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
그곳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며 더 나은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세계였다.
오히려 현실에서 깨어나 꿈이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곳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서 이곳이 아닌 세계를 꿈꾸는 존재였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라고 중얼거릴 때, 그것은 슬픔이라 해도 달콤한 슬픔이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자신에게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가 있는 것이었다.
사람은 결코 지금 이루어진 것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를 안고 있을 때만이,
그럴 수도 있었던 자신이 보호막처럼 자신을 감싸고 있을 때만이,
하나의 존재로서 지금 이곳,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거였다. (p.153)
이야기의 후반부는 다시 월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초점을 맞춘다.
해리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럭키가 20년도 더 전에 자살했다는 걸 알게 된다.
럭키와 죽은 정유선과의 관계. 그리고 정유선과 조연출과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이 소설은 반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리고 그 관계에는 해리도 오래 전부터 얽혀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실제와 연기, 현실과 꿈, 그리고 그럴 수도 있었던 세계를 넘나드는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독특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소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다음에도 기묘한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