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 개정증보판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1
이용재 지음 / 멘토프레스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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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딸을 데리고 건축여행을 하는 아버지가 있다.
네모 반듯한 빌딩과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과연 색다른 건축물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웬걸, 이런 생각은 그저 우물 안 개구리였음 깨닫게 되었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도 특색 있고 감각적인 건축물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건축물마다 이런 매력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처음 알게 된 곳을 포함해 무심코 지나친 곳, 이미 다녀와 본 장소 등등!
참으로 새롭고 신선했다.
앞으로는 건물 안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바깥부터 꼼꼼하게 여러 각도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에 나와 있는 건축물은 여느 구조물들과는 다르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뚝딱뚝딱 지어낸 건물들이 아니라 저마다 설계에서부터 일화를 담고 있고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아버지는 딸에게 차근차근 이야기로 들려준다.
인물 이야기, 역사, 현대사, 단어의 모르는 뜻이나 상황에 맞는 고사성어까지도.
그러나 딱딱하다거나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인 분위기는 전혀 아니라는 점.
부녀는 주거니 받거니 즐겁게 대화하며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는다.
덕분에 독자도 재미있게 건축여행에 동참할 수 있다. 왠지 덩달아 정겹고 좋은 기분이 된다.
한편 여행의 묘미와 더불어 이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닐까 느끼는 바다.
실제 그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니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는 기분!
그동안의 수박 겉핥기식의 구경이 살짝 창피해질 정도다.

 

 

 

 


슬래브를 원형으로 뚫어 태양빛을 화랑에 떨어뜨린다. 건축은 조형이다.
아트다. 모든 디테일은 이제 자유를 찬미하는 조각품이 된다. 사무공간은
몇 평 필요하지도 않다. 대부분의 공간이 비워져 화랑이 되고 복도가 되고
계단이 된다. 이제 건축은 자유를 찬미하는 하나의 기념비가 된다. 김수근의
흥이 하늘을 찌른다. 에너지가 분출한다. 의욕과잉이다. 당시 분위기가
그랬다. 외관은 노출콘크리트로 간다. 콘크리트 타설하고 거푸집 제거하면
그게 바로 마감이다. 돌이나 타일 따위는 붙이지 않는다. 모뉴먼트(기념비)의
신화화를 위해 가장 어려운 공법이 동원된다. (p.66, <자유센터>)

 


‘건축여행’이라는 테마답게 글쓴이는 마치 명화를 감상하듯 건축물에 대한 감상을 글로 써내려간다.
기둥, 천장, 창문, 벽의 톤, 보이는 경관, 자연과의 어울림, 곡선, 직선, 수평선, 전체적인 분위기…
글쓴이의 시선을 쫓아 건축물을 바라본다. 그러면 곳곳의 섬세함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도 하나의 쏠쏠한 재미라 할 수 있겠다.
해오름극장의 기둥 모서리,
삼성미술관 리움의 로비라운지 전경,
국립현대미술관의 천장과 백남준의 <다다익선>과의 조화,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김옥길기념관 등.
건축물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독일의 설치미술작가인 허먼 마이어 노이슈타트의 <리볼버>
두 개의 원통이 교차되면서 권총의 외관을 띤다. 울창한 언덕 숲에 설치되어
있으며, 12평 남짓의 이 특정한 공간 안에서 창을 통해 본 숲속은 교묘하게
굴절되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p.226, <리볼버>)

 


안양예술공원에 있다는 이 작품은 직접 가서 구경해보고 싶은 건축물 중 하나다.
컬러풀한 둥근 권총 모양인데 글쓴이는 <리볼버>를 숲속의 자연 영화관이라 칭한다.
창으로 보이는 나무, 숲의 모습을 하나의 영화라고 비유한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혹은 해가 질 무렵의 풍경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안양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로 나와 도보로 10분.
책을 따라 몇몇 곳을 돌아보게 된다면 이곳만큼은 꼭 챙기고 싶다.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
건축을 주제로 한 여행도 흥미 있고 유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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