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6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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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그 어느 인디고 시리즈들보다 명작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고전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훌륭한 문장들은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숲과 강둑을 배경으로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데…
언제나 호기심이 앞서는 두더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남을 잘 챙기는 물쥐.
변덕이 심하고 잘난 체하는 걸 좋아하는 두꺼비.
신중하면서도 지혜로운 오소리 아저씨.
버드나무 숲에는 이렇게 대표적 동물 4인방이 있다.
물론 그 밖에도 수달이나 고슴도치, 제비, 토끼 등 여러 동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풍부하게 이끌어나간다.

 


강은 여전히 재잘거리며 두더지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땅의 심장 이야기부터 만족할 줄 모르는 바다의 이야기까지 전부……. (p.11)

 


강이 이렇게 신이 나고 멋진 곳이었던가!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두더지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글을 읽는 자신조차도 왠지 즐겁다고 여겨질 정도니까.
작가의 시선은 우리가 못 보고 지나쳤던 주변의 색깔들과 소리를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 동물들의 모험, 친구들의 우정을 담아낸 그 상상력이다.
두더지와 물쥐의 뱃놀이와 소풍, 두꺼비와의 마차여행, 우거진 숲에서 오소리 아저씨와의 만남 등등!
특히 물쥐와 두더지, 오소리 아저씨는 위기에 빠진 두꺼비를 돕기 위해 자기 일처럼 나섰다.
실제로는 착한 마음을 지녔지만, 자만심과 허세가 가득했던 두꺼비.
조금만 겸손하고 조심했다면 좋으련만, 두꺼비는 아직 철이 없기만 하다.
운이 좋아 고비를 넘겨도 마지막엔 꼭 일을 그르치고 마는 캐릭터랄까.
이런 무모하고 무법자인 두꺼비에게 그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던 한편의 예쁜 동화.
그들에겐 집도 있고 취미도 있고 저마다 생활이 있었다. 
단지 각자 습성이나 특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동물들의 일상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건 ‘자연’이라는 곳이 배경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햇빛과 바람과 공기가 경이로운 순간을 선사하고, 새소리와 갈대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오는 곳.
계절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 곳.
반면, 항상 아름답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눈과 비가 내리면 무서움도 줄 수 있는 그런 곳.
그래서 동물들은 뛰어난 감각으로 세상을 느낀다. 더 잘 듣고 잘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새삼 ‘집’이란 장소에 대해서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리 멋진 모험, 신 나는 일 가득한 바깥이라도 집만큼 편안하고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평범한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으며 특별한 가치가 있는지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두더지는 새로운 생활과 햇살과 공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장소들을 버리고 다시 땅속 집으로 기어 들어와 지내고
싶진 않았다. 바깥세상은 매우 강렬한 곳이었다. 이곳에 있어도
여전히 두더지를 부르고 있었다. 두더지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돌아올 곳이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한없이 좋았다. 돌아온 그를 반갑게 맞아준 집, 언제든지
환영받을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이.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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