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그것은 만남이라기보다는 발견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닉이 웨스트에그의 집에 도착해 밤하늘을 보던 중 15미터쯤 떨어진 이웃집 그늘에서 사람이 서 있는 걸 봤는데 그게 바로 개츠비였다.
하지만 아무리 옆집에 살아도 왕래가 없었던 만큼 쉽게 말을 걸지는 못한다.
어두운 바다를 향해 두 손을 내미는 개츠비. 바다에는 초록 불빛 하나가 보일 뿐이다.
사실 그날 저녁은 톰 뷰캐넌 부부와 식사가 있던 날이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말이 오가는 만찬이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듯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겉모습이었던 것.
닉은 톰에게 아내 데이지 말고도 다른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톰이 만나는 여자는 다름 아닌, 자동차 정비소 조지 윌슨의 아내, 머틀 윌슨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마음에 담아 그리워한다는 것, 만남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깊이일까?
현대인들은 헤어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연이 아니었다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누군가와 다시 멋진 사랑을 할 거라고.
그러나 개츠비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데이지뿐이다.
그는 닉에게 과거를 털어놓으며 부탁을 할 정도로 조심스럽고 간절하기만 하다.
개츠비가 그 저택에 사는 이유도 데이지와 연관이 있었다.
그러니까 개츠비가 바다를 향해 바라봤던 초록 불빛, 그것이 선착장 끝에 설치된 조명이라 할지라도 그즈음에 데이지가 살고 있어 바라본 것이다.
개츠비와 데이지. 두 사람의 만남은 5년 만에 다시 이루어진다.
예전에는 가난한 장교였지만, 이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출세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녀와의 만남에 불가사의한 일이라며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개츠비.
왠지 모르게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 놀랍고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워하는 감정이 글의 묘사를 통해 잘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과 달리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데이지는 그가 세상에서 처음 만난 '멋진' 여자였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시선이자 점점 커진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끝까지 그녀만을 위하는 그 마음이 있어 그가 더욱 위대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희에 차 미래의 존재를 믿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우리한테서 달아났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내일은 우리가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내뻗으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맑게 갠 아침이…….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