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 개정판
박정헌 지음 / 황금시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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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제목으로 쓰인 이 단어 하나가 순간 마음을 울컥 동요시킨다.
전후 사정을 얘기하지 않아도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랄까.
산악인 박정헌과 후배 최강식의 히말라야 촐라체 원정 이야기.
끈은 얇지만 강렬하고 단단한 느낌으로 두 사람을 이어주는 그 이상의 것이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촐라체는 거대한 수직 벽의 매력을 뽐내며 하늘을 향해 6,440미터로 성큼 솟아있다.
하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은 곳. 누구나 성공하는 곳은 아니다.
인간이 산을 정복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산이 최고점에 오르도록 허락해준 것은 아닐까.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기만 하다. 그래도 도전한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히말라야의 푸른 능선이 저 멀리 펼쳐진다.
눈을 밟는 소리마저도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로 문장은 세세하고 사실적이다.
산의 모습과 여정, 그리고 촐라체 정상을 오르는 순간의 전율!!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산을 내려가 땅을 밟기까지는 등정의 연속이었다.
잡념을 떨치고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사실 등정도 그랬지만 하산도 그에 못지않은 어려운 과정이더라.
음식과 물, 잠자기도 쉽지 않고 산사태, 눈 절벽, 사람을 날려 버릴만한 강풍, 추위,
희박한 산소, 긴장과 피로,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등.
그야말로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매 순간 긴장과 고비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강식이 크레바스(Crevasse, 빙하나 설계에 균열이 생겨 갈라진 틈새)에 빠져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글쓴이가 ‘죽음의 블랙홀’, ‘악마의 입구’라고 부르는 크레바스!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다.




글쓴이와 강식 사이에는 오로지 자일(seil, 등산용 밧줄)뿐이었다.
강식은 발목이 부러졌다.
글쓴이는 갈비뼈를 다쳤고 손가락이 얼어 감각이 무뎌졌지만, 끈을 더욱 꽉 부여잡는다.
생(生)으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처절한 사투였다.
두 사람이 살아있고 모두 구조돼 한국으로 온 것은 기적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감사하고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촐라체의 냉혹한 그림자는 그리 쉽게 물러가지 않았다.
손이 시커멓게 변하고 조직이 죽어 치료 불가능한 동상 상태였던 것이다.
여덟 손가락. 절단 수술을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고심했던가.
그는 그렇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견디며 또 다른 알피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이후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실크로드 대장정.
세계 최초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히말라야 산맥 2,400킬로미터 비행 횡단 성공.
촐라체가 준 장애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그의 모습을 보니 눈부시다고 느낀다.
사람의 마음은 산보다 높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 던지는 질문은 계속된다. 손가락이 없다고 해서
과연 산에 오를 수 없을까? 바위와 빙벽만이 과연 오를 수 있는
산의 전부일까? 내가 산을 떠나서 또다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217)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왜 사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바로 이거다.' 하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보다 가치 있는 인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만 나왔을 뿐이다. 어쩌면 등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향해 끝없이 오르는 행위가 등반이다. 그것이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일지라도 그런 면에 있어서 우리가 산을 오르는 행위나
인생을 살아가는 행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인간은 오늘도 산을 오른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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