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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작가는 사랑, 그것도 첫사랑에 관한 가슴 설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마켓. 테트라는 계산대로 가는 도중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와이 계통의 음악에 붙여진 가사는 어렸을 적 자신이 다마히코에게 썼던 편지 내용과 같았던 것이다.
그녀는 우쿨렐레로 그 곡을 연주한 요시무라 유키히코란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게 되는데…
많은 일본 작가 중 특히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된다.
그녀의 글은 사람을 감수성에 젖어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편안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단어들, 그리고 반짝이는 표현은 딱딱한 마음을 어느새 이리저리 휘저어 부드럽게 만든다.
파란 하늘과 서늘한 바람,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애틋해지는
사이였다. 보들보들한 비, 물뿌리개로 살살 뿌리는 것처럼 비가
내릴 때면, 그 비구름 너머로 반짝거리는 햇살까지 느끼는 일도
있었다. 나는 그를 통해 사물을 그렇게 보았다. (p.37~p.38)
나는 그때, 오래도록 혼자 괴로워해 왔던 무언가가, 싸워왔던
무언가가 조금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소꿉친구나 같은 반 아이
따위가 아닌, 진정한 친구를 찾은 것이다.
이런 순간을 줄곧 기다렸구나.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는 안도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친구에게나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내가 다마히코에게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다. (p.45)
첫사랑.
다른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던 테트라와 다마히코.
두근거리는 이 특별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들은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어도 서로가 비슷한 점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상대방도 마침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던 적이 많다.
무엇보다 너무나 예뻤던 것은 서로가 느끼는 감정, 이끌림 같은 것들이었다.
반가움과 애틋함. 자연스러움, 솔직함, 외로움이나 마음속 응어리가 사라지는 기분.
마음이 따뜻함으로 채워지고 포근함, 안락함, 환한 무언가로 가득한 기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마음에 여기까지 전해질 정도로.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어른이 되었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하다. 과거의 그 모든 것이 모여 현재를 만드는 것이니까.
그러나 어떤 위화감에도 마음만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것도 보여준다.
함께 걷고 풍경을 바라본다.
밥을 먹고 음악을 듣는다.
평범한 일상은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어 특별해진다.
‘같이’ 무언가 한다는 건 이렇게 ‘좋다’는 걸 알게 해주는 그들.
왠지 소설을 읽으니 사우스포인트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와이 섬 남쪽 끝에 있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실제 석양을 마주하고 싶다고나 할까.
아마도 선명하고 강렬하며 찬란할 것이다.
지금은 단지 아스라이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으로 여운을 대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