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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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들판에 넘실거리는 황금빛 바람이 손끝에 닿을 것만 같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책장(冊張)을 넘기기도 전, 이 문장을 몇 번이고 입에 담아 보았는지 모른다.
삶과 사랑, 여행, 관계, 마음에 떠오른 느낌들을 자신만의 어조로 담아낸 안도현의 아포리즘.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시선에 내 시선을 덧붙여 마음껏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던 것 같다.
머릿속 가득 사유(思惟)하며 다양한 것들과 이어지는 것.
나의 세계는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는 중이다.

 


-읽어도 읽어도 읽어야 할 책이 쌓이는 것.
-날마다 물을 주고 보살피며 들여다보던 꽃나무가 꽃을 화들짝 피워 올렸을 때
마치 자신이 꽃을 피운 것처럼 머릿속이 환해지는 것.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없고 머물고 싶을 때 머물 수 없으나,
늘 떠나고 싶어지고 늘 머물고 싶어지는 것.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물어도 물어도 알 수 없어서,
자꾸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되묻게 되는 것. (삶이란 무엇인가中에서)


문득 ‘그래 맞아. 삶이란 이런 거였지.’ 하고 동감하는 자신을 발견해본다.
사실 그동안 누군가 삶이란 무엇이겠느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했었다.
뭔가 어려운 질문이었고 그래서 그럴싸한 답을 내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굳이 거창한 대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사는 일, 살아가는 그 자체가 바로 삶이니까.
실은 나 역시도 작가처럼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봄이 되면 겨우내 앙상하던 나뭇가지가 연둣빛 잎을 틔워내더니 어느새 선명한 색감의 꽃들을 숱하게 피워내는 것이 아닌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그 모습은 언제 봐도 늘 신기하고 감탄스럽다.
자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느낌,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이도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철길은 왜 둘인가?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중략…… (철길中에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는 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다면 아마 사랑의 시작이 만남으로 이어지길 소망할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다는 것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아둬야 하겠다.
이때부터는 혼자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이 앞을 향해 내딛어가는 관계다.
그러니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세는 버리도록 하자.
부디 <철길>과 같은 ‘함께’가 되어 단단하고 성숙한 사이로 발전하기를.
함께 한다는 것도 ‘어떻게’ 하느냐가 참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가슴에 느낌표가 많아지는 관계!!
그만큼 사람의 마음에도 꽃이 하나씩 하나씩 피어나리라 생각한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던 꿈을
실현한다는 뜻이다.
관계를 맺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관계를 맺는 순간, 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를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사랑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된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던 것들이 저마다 이름을 하나씩 갖고 있으며,
저마다 소중한 작은 우주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관계 맺음中에서)

  

 

**아포리즘[aphorism]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출처] 아포리즘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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