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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선오 옮김, 권우희 그림 / 엘빅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몇몇 별을 거쳐 일곱 번째 별 지구에 온 어린 왕자.
원한다면 마흔세 번이나 석양을 볼 수 있고 화산과 바오밥 나무, 그리고 장미가 있는 소행성 B612.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다시 어린 왕자와 마주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많은 경험과 추억이 있는 나.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대로다.
순수한 모습으로 양 한 마리만 그려달라는 금빛 머리칼을 가진 그 외모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
어린 왕자를 읽을 때마다, 어린 왕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찾아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모래뿐인 사막.
만약 방향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이 끝없는 공간에서 혼자가 되었다는 것을 자각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광활함에 감동을 받기보다는 자신이 우주 속 먼지처럼 너무 작게 느껴져 압도되지는 않을까.
그런 곳에서 큰 소리를 내어도 닿을 곳이 없으며 반응해주는 이가 없다면 왠지 모르지만 슬프고 쓸쓸하며 숨이 막힐 것 같지는 않을지 상상해본다.
그런 순간,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에게 어린 왕자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모를 거 같고 어른이 보호해줘야 할 것만 같은 어린 왕자에게서 우리는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그건 마치 빈 우물이 새로 채워지듯 마음이 무언가로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다.
어린 왕자는 그렇게 잊고 있었던 진실을 다시 되새겨주고는 했다.
무엇보다 여우와의 만남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사막이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어서라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관계를 맺고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 사막여우가 있어 사막은 특별한 곳이 되고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밀을 알려준 여우.
그리고 어린 왕자에게 소행성 B812에 있는 장미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란 것도 알게 해주었다.
마침내 어린 왕자는 길들인 것에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여우의 말은 하나같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늘의 별처럼, 사막의 모래처럼, 밀밭의 밀처럼 하나의 반짝거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중요한 것들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한동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어린 왕자의 여운에 빠져 있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