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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미라 살인 사건』.
마치 베이커 스트리트 221B에 사는 명탐정 셜록 홈즈와 왓슨이 돌아온 기분이다.
작가 시마다 소지의 문체는 그만큼 전혀 위화감 없이 셜록 홈즈의 61번째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왓슨의 수기와 나쓰메 소세키의 <런던 비망록>이 만나 눈앞에는 20세기 영국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일까.
책을 펼치니 약간의 설렘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머리가 좀 이상한 남자.
-특이한 남자.
-꺼림칙하고 정신병원에도 다녀온 남자.
-코카인 과다 복용.
-여장을 하기도 하고 권총을 쏘기도 하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남자 등등.
언뜻 들으면 어떤 사건의 용의자라고 해도 의심스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셜록 홈즈에 대한 이웃들의 평이다.
그럼에도 온갖 범죄나 독특한 사건을 전문으로 연구하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을 안고 셜록 홈즈를 찾는다. 나쓰메 역시 그러했다.
영국 유학기간 동안 지낼 하숙집을 전전하던 중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망령의 소리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홈즈를 방문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홀수는 나쓰메의 시점, 짝수는 왓슨의 시점이다.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바라보고 써내려간 분위기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어서인지 차례대로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한편 홈즈에게는 동생을 구해달라며 메리 링키라는 여성이 찾아온다.
남편이 죽고 유산을 물려받은 그녀는 어렸을 때 헤어진 동생 킹즐리를 찾아 함께 저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킹즐리는 자신이 중국인의 저주에 걸렸다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잘 먹지도 않고 불도 피우지 않으며 사람 만나기를 거부했다.
며칠 후, 홈즈는 킹즐리의 방이 불에 타고 그는 미라로 변해버렸다는 소식을 접한다.
사건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처럼 느껴진다.
창은 못질이 되어 있어 다른 누군가가 쉽게 드나들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사람이 미라가 되었다는 것 또한 미스테리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킹즐리의 목구멍에서 발견된 종이, 저주를 막는다는 목상, 갑옷과 투구 등.
뭔가 이렇다 할만한 아이디어가 없던 가운데 나쓰메의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의견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우리는 연극 무대를 앞에 둔 관객이 된 것만 같다.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겠지만, 일단은 홈즈가 하자는 대로 따라야 한다.
그것은 왓슨도 나쓰메도 레스트레이드 경감도 마찬가지다.
드디어 막이 오른다. 저기 누군가 나타난다.
범인일지, 아니면 홈즈의 또 다른 함정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조바심이 나겠지만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자.
셜록 홈즈가 사건의 경과를 밝혀내 설명해주는 그 ‘짜릿한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나쓰메 역시 여우에 홀린 기분이라며 마술쇼를 본 것 같다 하지 않던가.
프라이어리 로드 미라 사건도 결국 해결했다는 것만 미리 밝힌다.
그래도 사건이 해결된 후 홈즈와 왓슨과의 만남이 짧기만 한 것 같아 뭔가 아쉬웠다.
그나마 후일담이 있어 다행이다. 좀 더 따뜻한 여운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