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신물질의 개발, 신기술, 새로운 의학 치료법 등.
과거에 비추어보면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현실에선 일어나고 있다.
그 괄목할만한 성장이 너무나 눈부시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 발전과는 달리 사람 사는 세상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안타까운 10대들의 자살,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 비싼 등록금 때문에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대학생들, 취업과 실업, 이혼, 비리와 부패, 살인을 포함한 각종 범죄 등.
뉴스에선 매일같이 안타까운 소식들이 전해질 뿐이다.
드러나면서도 드러나지 않은 듯, 사람들은 절규하고 아파한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듯, 많은 사람이 불안하고 답답해하는 것이다.
암울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을 쓴 작가 이츠키 히로유키는 그 답을 ‘타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게는 살아가면서 힘이 되어준 3인의 종교가(호넨, 신란, 렌뇨)가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렌뇨의 대표적 가르침이 ‘타력본원’이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타력(他力)이란 자신 이외의 힘,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남의 힘’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의존하고 내맡기라는 뜻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하자.
작가는 이해를 돕기 위해 나룻배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
엔진이 달려 있지 않은 나룻배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타력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우리 일상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법이라고 말이다.
삶이란 때론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건강 문제도 그렇고 일상을 살아가며 발생하는 문제도 그러하다.
아무리 마음먹기 달렸다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컨트롤 되지는 않는다.
힘든 순간 힘을 내어 일이 잘 풀리는 것, 혹은 아무리 준비하고 애를 써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작가가 말하는 타력의 바람이 아닐까 언뜻 생각해 본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타력'이라는 기묘한 힘에서 어쩌면 하나의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모든 게 자기책임인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우리를 살게 하기도 하고, 의욕조차 생기게 해주지 않을
때도 있는가 하면, 또 생각지도 못한 용기와 투지를 가져다 줄
때도 있습니다. (p.46)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뭔가 커다란 힘이 내 삶의
방식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고방식입니다. 나 이외의 타자가 나라는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꿔 말하면 타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커다란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흐르고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p.84)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커다란 힘, 타력.
작가는 불안한 세상 속에서 그것을 마음의 지주로 삼아 살아가자고 한다.
때로 어떤 것들은 흘러가는 대로 두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안 되는 것은 결국 안 되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줄도 알고 말이다.
작가가 말하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것도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억지로 막는다고 막히는 것도 아니고 잡는다고 잡히지도 않는 것들.
자신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소관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서 개인적으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유연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가 역시 지적했듯 현실을 직시하고 슬플 때는 슬퍼할 줄도 알며 마이너스 사고도 할 줄 알아야 정말 우리가 원했던 반대의 것들도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은 좋은 일, 밝은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
병적으로 무조건 그렇게만 바라보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억지로 마음을 끙끙거리며 참아내는 것 역시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
문득 이솝우화에 나오는 갈대와 나무 이야기가 떠오른다.
세찬 바람이 불었을 때 나무는 바람에 마주하고 저항하다가 결국 뽑혀 날아갔지만, 갈대는 이리저리 바람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우리 인생에도 이처럼 강한 바람이 불어올지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땐 작가가 말한 타력을 떠올리자.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고난을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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