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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림자를 읽다 - 어느 자살생존자의 고백
질 비알로스키 지음, 김명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자살은 이제 신문 기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기삿거리가 되었다.
이런 소식에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을 용기로 살지 그랬느냐며 의지가 약하다고,
그것 하나 이겨내지 못하냐고 너무나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글쎄. 그것이 과연 자신의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면 그때도 툭 내뱉듯 그리 말할 수 있을까?
자살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나약해서, 정신병이 있어서, 혹은 우울증이
있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모든 점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눈이 멀 정도로 통절한 심적 고통 속에 있으며,
아마도 그 마지막 파멸의 날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p.253)
자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상실감과 슬픔을 안겨다 준다.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떠올릴 때마다 괴롭고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에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질 비알로스키 역시 그랬다.
21살에 자살한 네 자매 중 막내인 킴의 자살로 매우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동생의 죽음을 되짚고 기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애가 뭘 했고 왜 그랬는지
이해하여 자신의 삶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킴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한다.
이해라고 해서 단순히 자살한 그 부근의 시점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었다.
킴이 태어나기 전, 어머니와 새아버지의 관계부터 시작해 킴이 태어나고 자라며 십 대를 거쳐 남자친구 애런과 사귀었으나 후에 사이가 좋지 못했던 그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의 보고서와 검시 보고서를 요청해 살펴보는가 하면 킴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든가 일기장의 글들로 자신 나름대로 동생이 어떤 내면 상태였는지 파악해간다.
특히 책 곳곳에는 그녀가 읽었던 자살에 관한 소설과 시, 정신분석학 연구서, 책들의 인용 문구들을 볼 수 있는데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는 자살은 그것으로 이어지게 하는 심리적 고통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박사의 도움을 받아 킴을 자살로 내몬 심리적 사건들과 환경을 재구성한다.
책의 후반부로 가까워질수록 날카롭고 거칠던 슬픔이 많이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곤 그녀가 가졌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 나가며 점차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가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좀 더 따뜻한 관심과 말 한마디. 그리고 그 마음을 공유할 수 있도록 내 마음에 작은 공간을 내어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는 만약 자신이 킴의 치료사였다면, 킴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을 거라고
말했다. "어디가 아프죠? 어떻게 도와줄까요?"
그는 킴에게 치료사로서 신뢰의 분위기를 만들어 상처를 조금씩 줄이고
고통을 덜어주었을 거라고 설명했다. 치료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환자를 붙잡는다. (p.327~328)
"누군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말했다.
"용기를 내서 물어봐야죠." 그가 말했다. (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