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네가 보는 지금의 내 사진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막 지나간 찰나의 사진이야.
그러니 부디 내 사진을 보면서는 가장 아름다웠을, 사진의 바로 앞 순간을 상상해줘.
카메라를 바로 꺼내들 수 없었던 그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들과 나날을 말이야.
-앗싸라비아 서문 中에서-



은색의 다양한 문양들이 빛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홀로그램이 이색적이다.
책의 표지는 어딘가 박광수님의 사진을 닮아 있다.
누군가에겐 그저 선들의 규칙적인 얽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색찬란한 반짝임이 될 수도 있는 찰나.
《앗싸라비아》는 박광수님만의 시각이 잘 담겨 있는 사진집이었다.


만약 어딘가 숨어 있는 장엄한 풍경이라든가 바로 그림에서 튀어 나온듯한 절경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감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특별하다.
그냥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모습들이 박광수님의
글이 더해지자 그 ‘순간’들은 아름다움이 되어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너무 정확하고 세밀하다거나 흔들림 없는 사진만이 좋은 사진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물에 반사된 모습이라거나 때로는 피사체가 흐트러진 것 같은 사진이라도
충분히 마음의 호수는 ‘아!’하고 파문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은 중요하지 않아.
공간을 채우는 것은 사람들일 뿐.
그 사람들과 그곳에서
사연을 만드는 거지.
사연이 없다면,
마음이 없다면,
그 어느 곳도 내게
아름다운 곳은 없어.
-앗싸라비아 中에서-


기본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맑은 날이 좋고 햇빛이 필요하다 생각했었다.
아니면 하다못해 밝은 빛, 즉 조명이라도.
그러나 이건 나의 한계이자 틀에 박힌 생각이었다.
이 사진집을 보며 더욱 빛의 유무는 상관없음을 깨달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은 더욱 웅장하게 보였고
때로는 어두운 곳에서 오히려 더 잘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다.
박광수님의 글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콕콕 박혀온다.
이제 알 것 같다.
왜 아무것도 아닐 것 같던 모습 가득한 그 사진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지.
그 속엔 사연이 있고 마음이 있기에 ‘아름다움’이 녹아 있었나보다.
나도 언젠간 박광수님처럼 나만의 글과 사진을 엮어 ‘아름다움’을 만드는
순간을 꿈꿔보며 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을 외워본다.《앗싸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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