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원경 지음 / 도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에 햇빛이 내리는 시집을 만났다.
마치 멈춰가던 마음이 다정한 손길에 가볍게 깨워지는 기분.
원경 스님의 《그대, 꽃처럼》은 멈춘 마음에 다시 숨을 불어 넣는
시가 가득한 책이었다.


창문을 열면 밖은 온통 콘크리트와 철골로 된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언젠가부터 계절이 바뀌어도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잊고 있었던 자연 만물의 움틈을 다시 떠올려 본다.


꽃피면
가슴에 향기 터지고
달뜨면
가슴에 달빛 부서지네.
낙엽 지니
내 마음 한가히 바람에 구르고
눈 나리니
내 마음 한없이 다복하네.



<자유>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사실 이 시를 몇 번이고 읽었는지 모른다.
시선 닿는 모든 것에 따라 가슴은 쉼 없이 반응하고 뛰고 있기에
나의 마음은 언제, 무엇에 박동하였나 생각해봤다.
원경 스님의 시는 끊임없이 마음에 두드림을 준다.
책 제목이자 시의 제목이기도 한 <그대, 꽃처럼>에서는
꽃은 혼의 크기만큼만 피어나 빛깔과 향기가 땅이 되고 하늘이 된다니
음미해볼수록 향기 그윽하고 아름다운 시가 아닐 수 없었다.
구절대로 하나하나 상상하다 보면 어느덧 그 모든 것이 되는 듯한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시를 통해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되돌아봤다.
사람에 대한 것,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던가.
<함께 차를 나누며>, <차향>같은 시를 읽다보면
문득 그리운 사람들과 가슴 따뜻한 차를 나누고 싶어진다.
시를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꿈같이 나타난 도원과 같다던 <봄날 아침>은 글만으로도
충분히 황홀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산의 호흡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다른 시를 읽노라면
계절을 뛰어넘어 가을 향기가 어느새 책 한가득 뚝뚝 떨어진다.


툭!
마치 꽃망울이 하나 둘 피어나 향기로 마음을 깨우는 멋진 시집.
덕분에 나의 마음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고루고루 찾아와 시를 읽는 내내
아름다운 언어로 가득 채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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