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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삶이 힘들지 않은 시대는 없겠지만, 데니스 루헤인이 그려내는 이 소설은 1920년대의 혼란스럽고 혼돈스러운, 그 당시의 미국으로 우리를 그대로 데려다 놓는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는 극명했고, 남녀 불평등과 인종차별, 그리고 경찰과 관료의 부패와 뇌물은 마치 당연한 듯 도시 전체에 만연하던 시기였다. 특히 이때의 미국은 금주법이 시행되어 불법적인 밀주 제조와 판매가 성행하던 시대였는데,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를 둘러싼 마피아들 간의 대립, 이익에 열을 올리고 조직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펼쳐졌던 인물들 간의 음모와 갈등을 긴장감 있게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선보인다.
『리브 바이 나이트』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장편소설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흥미를 주었던 소설이다. 무엇이 이 소설에 빠져들게 했나 생각해봤더니,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주인공 ‘조 커글린’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아닐까 싶다. 고위 경찰인 아버지를 두었지만 집에서 나와 밤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조 커글린. 그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의 규칙을 따르지만, 그 안에도 분명 그만의 신념, 원칙이 있었다. 이것은 성공과 돈만 좇는 다른 이들과 주인공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큰 구별점이자 이 소설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사실 소설 초반만 해도 그는 (도박장을 터는 것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는 것은 맞지만) 어찌 보면 어리숙하고 사랑에 빠진 청년에 불과했다. 에마 굴드가 그 지역을 주름잡는 앨버트 화이트의 정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는데, 누가 뭐래도 그에게는 사랑이었던 것이다. 은행을 털어 크게 한몫 챙긴 후 그녀와 다른 도시로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일은 점점 꼬여가기만 한다. 경찰 셋이 죽으며 감옥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살해 위협과 협박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주인공은 마소의 사람이 되어 탬파에서 사업을 성공시킨다. 부를 쌓고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의 위치가 되면 사람이 좀 변할 법도 한데 그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조는 본인만의 선, 넘지 않는 어떤 선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이유 없이 함부로 남을 짓밟는다거나 가볍게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으며, 배신에 쉽게 분노하지도 탐욕에 굴복당하지도 않았다.
무자비하고 비열한 범죄자들 속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도 인간미 넘치고 약자를 생각할 줄 알았던 조 커글린. 책 후반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반전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그는 더 이상 감정만으로 행동하는 이십 대 초반의 그가 아니라 이성과 책임감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릴지 찬찬히 지켜보아 주어도 좋다. 이 역시 이 책을 즐기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