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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발견
이원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평점 :
『최소의 발견』은 시인 이원의 자신의 인생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아가 다른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아우르며 삶의 순간순간들을 담아낸 산문 책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순간주의자’라고 말한다. 너무 먼 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해서 잘 살자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은 마치 미래가 없을 것처럼 오늘을 마음대로 소비하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세상, 태생적인 겁 많음과 어렸을 적 겪은 가족의 죽음. 그녀는 어쩌다 과거나 미래라는 시간까지 몸을 확장시키면 금방 불안해진다고 털어놓는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므로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한 건 아닐까. ‘최소의 발견’을 자신의 중심으로 삼아 일상의 어떤 순간이나 거기에 존재하는 감각, 꼭 필요한 하나에 집중하기로 한 것 말이다. 그러나 ‘최소’라고 해도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작가에게는 바로 이 ‘최소’는 곧 최대를 지탱시키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지만 역시 그녀의 인생에 있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녀는 서울 예대 2학년, 용기를 내어 가족사에 대한 시를 썼는데 그 과정을 통해 그 누구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작가에게 시는 낯선 세상 속 불안을 가라앉혀주고 어딘가와 닿게 해주는 연결고리다. 그리고 그녀는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살아 있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만 봐도 우리는 작가에게 있어 시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생동감을 주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나는 삶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한없이 달래고 쓰다듬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이 비명 지르고 싶은 시간들이 내게도 있지만 바로 그 순간 비명을 몸 안으로 넣고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비명이 삶을 일으켜 세워 준다는 것도, 비명이 내 날개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이제 삶이 그리 비장하지 않은 것임을 안다. 시가 내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p.35)
서로 한없이 달래고 쓰다듬어 주라는 말이 인상 깊다. 그러다 보면 저마다의 고통과 불안, 슬픔은 어느새 자신 편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역시 남에게만 친절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본인을 좀 더 챙길 일이다. 앞으로는 자신에게 상냥하고 너그럽게 대하기를. 그리고 자신의 아픔이나 약한 부분도 달래고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