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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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나에서도 많은 판매고를 올린 ‘긍정의 배신‘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다른 작품인 ‘오! 당신들의 나라‘를 소개할까 합니다. 원제는 This land is their land 번역하자면 ‘이 땅은 저들의 땅‘ 이 되겠군요.

이 책은 총 7장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장마다 소제목과 거기에 속한 신문 칼럽 분량 정도의 글이 주제별로 채워져 있습니다. 에런라이크의 전작인 긍정의 배신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대충 글 구조가 어떨지 짐작이 되더군요. 예리한 감성과 특유의 풍자적 표현으로 무장된 글들은 가끔 놀랄 정도로 탁월한 의식이 녹아 있습니다. 저는 천천히 책을 읽는 내내 김규항 씨의 글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글자로 폐부를 찌르는 느낌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요.

지난 10년간 자본주의적 혁신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여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쥐어짜는 기술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대체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인 풍자를 섞어 주옥같은 글들이 모였습니다. 미국내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위치가 약한 사람들의 암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사회학적 및 여러 이론적 용어를 남발하지 않고서도 독자들에게 이처럼 자본주의의 형님국가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른 장들 보다 미국의 의료제도에 관한 글들을 더 유심있게 봤는데요. 확실히 미국의 외료현실은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면에 매몰되어 환자들로부터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고 있는 냉혹한 현실임에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현대적인 사회 체계에서는 자본주의 체제가 더 고도화되기 마련인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재생을 하기위한 측면으로서 의료 시스템을 설명한다면 맹목적인 이윤추구로서의 안정장치가 다 벗겨진 이런 미국과 같은 의료 시스템은 단기간 내지는 고도의 이윤 생산의 목적으로서는 왜곡적이게도 그 역할을 다할수는 있겠으나 결국에는 사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데 큰 일조를 할 것이라고 추측되어집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을 정도에 따라 획일화와 규격화를 시켜 의료 행위 자체만으로 거대한 재화 생산의 수단으로만 취급한다는 것도 매우 과격한 해석입니다. 보험회사와 의료계 그리고 정부가 이러한 시스템 구축화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오바마 케어가 탄생했으니 그나마 제한적이지만 뭔가 개선의 희망이 되었고 다행히도 영악한 트럼프도 자신의 다수 지지층들의 이익을 위해서도 오바마 케어는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제가 잠깐 언급한 의료 부분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글들도 쉬이 그냥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현실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는게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많은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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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 돌베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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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몇 안되는 양심적 지식인이자 도쿄대 교수인 다카하시 데쓰야가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주제로 후쿠시마와 오키나와로 의미있는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일본 내 역사 왜곡 문제와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하는 소위 희생의 시스템은 어떤 자(들)의 이익이 다른 것(들)의 생활 (생명, 건강, 일상, 재산, 존엄, 희망 등등)을 희생시켜서 산출되고 유지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양보와 희생으로 다수의 이익을 실현한다는 개념은 역사상 여러 사람의 머리를 거쳐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명목으로 보신을 위해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얼마전에 읽었던 ‘기후 변화의 유혹, 원자력‘ 을 통해서 조금 깨닫게 된 것은 원전이 매우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전력 시스템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핵 발전에 대한 거대한 이권과 그것에 매몰되어 결과적으로는 국민 다수 내지는 전력 생산의 혜택으로 포장해 반대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그야말로 소수 의견으로 만드는 그들의 해악한 전략상의 방법입니다. 이 책의 저자도 주장하고 있지만 핵 발전소를 유치한 그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발전과 지역 경제 부흥을 위해 거래를 했다고 해도 동시에 안전을 답보하지 않은 그와 같은 정치적 거래는 부당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실례를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이 보여준 것이죠.

후쿠시마 사태 발생 이후, 저자가 밝히는 일본의 무책임의 크기는 참담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연간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 기준량은 1밀리시버트인데, 사고 지역의 방사선 피폭량이 연간 20밀리시버트 안쪽이면 괜찮다는 논리로 거기에는 어린 아이들도 괜찮다는 식의 주장은 일본의 관료들과 원전 관계자들이 얼마나 상황을 낙관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사고난 현장에 투입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안전 대책은 거의 미비했으며, 피폭 노동자들의 실태를 도쿄 전력이 아직도 공개하지 않는 점과 언론도 굳이 보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대체 관료들은 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경악할 만한 사례로 국제적으로 저명한 피폭의료 전문가라는 사람이 ˝매시 100마이크로시버트까지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라든가 ˝100밀리시버트의 누적 피폭선량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위의 얘기를 하는 것이 더욱 이해가 안되더군요. 그외에도 사고 이후 일본 당국이 어떻게 사후 처리를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더불어 저자는 동일한 희생의 시스템의 한가지로 오키나와를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곳을 통해 오키나와의 현실에 대한 몇 권의 책을 리뷰했습니다. 그의 표현대로 오키나와는 일본의 식민지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전체 일본의 미군 기지 73%가 오키나와에 현존하는 상황에 국민들의 님비현상인지 아니면 일본 정치권의 고도의 정치적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 1972년 이후로 일본의 국민과 정부는 이런 오키나와의 상황을 전혀 개선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로 민주당 정권이 붕괴한지도 오래 되었지만 현 아베 정권도 이를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위 미일간의 배려세 명목으로 막대한 주둔비를 쏟아 부으면서 일본 본토인들을 위해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한국 정부가 제주도에 미군 기지 전체를 때려박고 바다 건너 국민들과 관료들이 전혀 모른척 하는것과 동일하죠.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눈물로 절대 다수가 그 알량한 안정과 이익을 얻는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불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현실을 도외시한 맹목적 도덕주의 접근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그러한 상황을 개선시키고 시스템을 좀 더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하겠죠. 더불어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선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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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7-2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관심 두는 이슈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을지도˝....그게 참 걸립니다. 모르면 안심하게 되는데 모르니까요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 페르소나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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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다각도에서 분석한 이 책은 2016년 출간 당시 국내에서 제법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세계일보 출신의 언론인으로 미국 현지 출신의 인물이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글 전체가 충실한 자료가 바탕이 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리뷰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책은 이 책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얼마전에 읽은 존 주디스의 ‘포퓰리즘의 세계화‘로 인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그러니까 이 사람에 대해 저는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포퓰리스트로서의 트럼프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글 전체가 읽기 쉽고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충분히 장점이 될 만한 부분이겠군요.

우선 책 제목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자가 이런 제목을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라는 인물만을 놓고 중점적으로 글을 전개한 것이 아니라 미 레이건 정부부터 현 시점까지 미국 정치 전반, 특히 의회와 백악관을 중심으로 주요 정치 행위자들의 행적들과 당시 미국의 정책들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의 적절한 평가도 실려 있습니다. 저는 꽤 흥미롭게 지켜봤는데요. 기자 신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큰 그림이 머리에 그려질 정도로 유익했다는 표현을 하고 싶습니다.

전반부는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여러 정책에 관한 내용들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긍정하고 있는데 대체로 오바마를 지지했던 고정 지지층에게 정책상 혹은 이념상으로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준 것은 있었지만 ‘오바마 케어‘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을 위한 합리적 정책들이 여럿 있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오바마 정부에 실망했던 것은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그 막대한 공적 자금을 퍼부으면서도 이와 관련된 책임있는 주요 행위자들을 기소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못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시장 전반에 잘못된 신호를 안겨 주었고, 소위 ‘대마불사‘라는 안전책을 시장 자본주의 전체에 보낸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죠.

이후 트럼프와 샌더스에 대한 분석과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에 대한 고찰, 마지막으로 트럼프와 공화당의 관계 및 앞으로의 양상, 이어 북한 문제와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알리고픈 후기를 언급하며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일전의 존 주디스의 책에서도 트럼프와 샌더스를 ‘포퓰리스트‘로 정의 했는데요. 특히 트럼프는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과 기존 정치를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공화당과의 갈등 양상과 개인의 정치력에 의존해 단기적 인기주의에 경합하는 행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릴 수 있겠죠. 지난 미 대선에서도 드러났듯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계층은 적지 않은 인종혐오를 갖고 있는 백인 남성들과 미국의 신고립주의를 지지하고 오바마 정부 이전 부시 정부도 지지했던 많은 이민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기존의 민주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거의 접점이 없는 계층입니다.

이런 트럼프의 당선에는 힐러리 클린턴의 몇가지 실수와 여성이라는 성차별주의가 적지 않은 플러스 요인이 되었죠. 기밀 문서 이메일 사건과 언론을 통해 교묘히 여성 편견적 주장을 이용해 힐러리가 대통령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남성 우월적 백인 남성들에게 어필해서 덕을 본 것으로 이 책에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타당한 의견이라 생각되더군요. 사실 당시에도 아직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현지에도 다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런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지 못했던 이유가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을 있게 한 이유이죠. 트럼프는 자기 자신의 말대로 전력적 모호함을 기반으로 표현하며 정치적 의견과 정책적 이념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둔하고 생각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그런건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긴 성급하지만 트럼프의 당선 자체에 대한 분석틀을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다만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을 혐오하면서도 ‘오바마 케어‘ 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유보를 내리고 앞으로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늬앙스를 보인 것은 교활한 임기응변이었습니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초기를 지나가고 있지만 공화당과 대통령간의 알력이 발생하거나 갈등 요지는 많아서 대통령이 원하는 공화당의 개조가 일어날지 아니면 공화당과 의회가 행정부의 수반을 거부하는 현상이 벌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점차 증대하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문제에 관련해서도 그가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물리적 행동에 나설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정은을 제가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적지않은 피해가 요구되는 후폭풍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가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죠.

앞에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이 책이 지난 30여년간의 미국 워싱턴의 현실 정치를 면밀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읽기에도 매우 수월했습니다. 트럼프 현상이 미국 워싱턴의 주인이 되는 과정과 그 원인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제공한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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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브라더스 - 중국의 신 新 인해전술, 세계를 집어삼키다
버틸 린트너 지음, 이은진 옮김 / 푸른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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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웨덴 출신의 기자로서 1995년부터 아시아에서 머무르며 이 지역에 관련된 현장취재를 통해 쓴 기사들이 세계 여러 유수의 언론사들에 실렸습니다. 아시아 정치와 역사에 관련된 책도 여러권집필할 정도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라고 봐야겠죠.

차이나 브라더스라는 제목에 중국의 신 인해전술이 세계를 집어삼키다 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로 장식한 이 책에 저는 저자의 현장 답사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태평양 거의 전지역을 아우르는 배경지식에는 이러한 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더군요.

극동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의 47%가 진심으로 극정 지역 영토가 중국에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문조사가 말하든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가 있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중국인들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현지 권력과 이권으로 결탁하고 여러 경제적 사업을 운영하며 현지인들을 고용하지 않고 중국내에 노동자들을 수입하는 이해하기 힘든 행태가 있더군요. 중국인들의 사업 구조적인 폐쇄성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패턴은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9.11 사태 이후로 중동에 신경을 뺏긴 미국이 자신들의 앞마당과 다름없는 태평양 지역에 점차 중국이 침투하는 상황 또한 현지에서 직접 보는 것과 같은 생생한 설명이 뒷받침 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소규모 도서국가들에게 원조 공여와 경제적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책이 원래는 대만과의 외교적 경쟁이 시초였으나 점차 어족자원을 비롯한 현지의 자원 수입과 동맹 내지는 협력국을 확대시키면서 최종적으로는 미국과 호주의 세력추이를 자신들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중국 당국은 이러한 제 추측을 부인하겠지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중국의 대 ASEAN 외교가 이런 형태입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이미 외교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의 충실한 협력국이고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도 최근에 말라카해협에 인접한 몇개의 항만에 개발을 명목으로 지원을 함으로써 인근 인도의 매우 심각한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최근에 발생한 남중국해의 영유권 확대는 이러한 사전 작업이 오랫동안 작용한 결과로 아세안 내부에 불화를 일으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감소가 원인이 되었습니다. 뒤늦게 지난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회귀 내지는 재균형 정책을 다시금 채택하며 지역내의 동맹국들과 안보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을 시의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중국 당국은 자신들의 원조 공여가 상대국의 내정에 개입할 의도가 전혀 없는 순수한 목적이라고 강변하지만 아프리카 사례를 보았을 때 이러한 주장에 즉각 수긍하기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태평양 지역 소국들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단지 대만과의 외교 대결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한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민간 측면에서도 근래 이 나라들에 중국인들의 이민이 확대되어 전방위 적인 중국의 침투에 놓여 있는 것도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호주나 뉴질랜드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중국계 이민들이 시민권과 국적을 취득한 해당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는 모국인 중국이 자신들의 나라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미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국가인 한국과 일본, 호주 등지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대되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단순한 인종적 적대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간 중국 정부의 행동이 우려할 만한 부분이 있었고 경제적 발전으로 자신들의 강화된 국가 위상에 걸맞는 대접과 동시에 영향력을 투사해 미래에 미국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안보적인 측면에서 여러 국가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끝에서 저자가 밝힌바와 같이 태평양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의 중국의 침투가 과연 어떻게 어떤식으로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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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세계화 - 왜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가
존 B. 주디스 지음, 오공훈 옮김, 서병훈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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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출신의 저명한 정치, 사회 분야의 미국내 저술가로 잘 알려진 존 주디스의 최근 저작 ‘포퓰리즘의 세계화‘를 방금 일독을 했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도 이 책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요. 미국내 여러 주요 언론인들도 마찬가지로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침 얼마전에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어서 저도 겸사겸사 읽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 때문에 더 유명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포퓰리즘은 흔히 대중 인기 영합주의라고 읽혀집니다. 제 생각으로는 기존의 정치 체제에 도전하는 사람 혹은 집단에 대한 편협한 해석과 그 현상에 대한 마땅한 분석의 틀이 없을 때도 이러한 포퓰리즘 적 해석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포퓰리즘과 파시즘은 매우 유사한 면을 보이는데, 양자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파시즘은 결국 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지만 포퓰리즘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겠죠. 포퓰리즘은 주로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기 보다는 그 체제 안에서 과분한 과실을 따먹고 있는 소수의 엘리트들과 기득권 세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도전에 대한 과정과 방법이 보통의 정치 과정의 틀을 벗어나는 모습이 많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양당 정치 속에서 초기 반향을 일으켰던 초기 정치인들을 언급하고 뷰캐넌, 페로와 최근의 미국 대선이었던 트럼프와 샌더스를 이러한 포퓰리스트적 현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회민주주의자로 일컫는 샌더스와 자신이 공화당원임을 자처하지만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과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는 일종의 수정주의적 공화주의자 트럼프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요. 덩달아 두 사람의 간략한 삶의 행적을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트럼프는 1987년부터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을 주장한 것으로 나오는데요. 그는 이민자에 대한 배척, NAFTA와 중국과의 무역에 대한 비판 등 다소 일방주의적 발언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만큼 일종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며 기존의 질서에 대한 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으로 가서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와 그리스, 스페인 사례들을 살펴보고 최근에 급속하게 정치 세력화하고 순식간에 최근 이슈들에 대한 파격적인 제안 등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치적 요구들이 어떠한 파장을 낳을 것인가에 대해 숙고가 없이 단기적인 유권자들의 표만을 얻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기득권과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질서와 시스템에 크게 도전하며 물리적으로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유권자들이 속해있는 국가에 좋지 않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행동이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비로소 정의 내릴 수 있겠더군요.

얼마전에 읽었던 조기숙 교수의 포퓰리즘 정치학이라는 글에서도 특별한 정책적 비전 없이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포퓰리스트들이 건전한 정치 토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신자유주의가 미국에서는 아직 철회를 내리기가 용의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영국의 EU 탈퇴와 유로존의 붕괴 그리고 EU가 해체된다면 미국와 유럽 동시에서 신자유주의가 소멸이라는 결과를 맞이한다면 이미 그 불씨를 뿌린 포퓰리즘은 어떠한 형태로 진화를 보일지가 매우 중대한 관심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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