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 상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먼저 측천무후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기대한다면 이 책보다는 당나라나 측천무후를 다룬 역사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에는 중국 역사상 유일의 여황제였던 측천무후에 대한 편견도 많이 타파되어 그의 치세를 재조명하는 흐름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아마 샨 사의 측천무후는 그런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소설이고, 당연한 얘기지만, 샨 사 버젼의 측천무후이기 때문이다. 샨 사의 측천무후는 사료를 밟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샨 사의 전작인 '바둑 두는 여자'를 밟고 서 있다. 그래서 뜨겁고, 수려하며,  에로틱하다.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세상을 느끼고 관찰한다는 식의 발상은 이 책의 특색인 동시에 약점이다. 영민한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측천무후를 현실을 살다간 인물이 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붉은 빛이 도는 황실의 내음보다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냉철하고 대담했던 인물에 대한 단백한 묘사를 보기를 원했던 것이니, 이 불만은 역시 취향의 차이일 것이다. 산 샤의 측천무후 역시 냉철하고 대담하지만 어떤 때이든지 어떤 인물이든지 붉은 향을 풍기는 것이 샨 사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아마 샨 사의 이런 특징이 서구인들이 열광하는 중국작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서구인들이 동양에 기대하는 바를 매끈한 솜씨로 충족시키는 것이 샨 사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으로 치면 최근의 장이모정도 될까.

행동력이 강한 인물들의 특징은  말을 아낀다는 것이다.  말이 많을 때는 그것이 필요할 때 뿐이다. 측천무후가 여자의 도리에 대한 책을 쓸 때는 궁중의 암투를 가라앉힐 필요성 때문이었고, 효자의 도리에 대한 책을 쓸 때는 아들의 '반역'을 경계해야 될 때 뿐이었다. 말 많은 군주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1인칭을 택한 것은 좀 유감이었다. 탄생, 성장과정, 보는 것, 느낀 것, 행한 것, 사랑한 사람, 미워한 사람, 죽음, 사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입으로 하나하나 묘사되어지는 것은 역시 측천무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단편적이 되더라도 어린 시절은 보호자였던 비구니에 의해, 젊은 시절은 치노에 의해, 중년은 상관완아에 의해 관찰되는 식으로 묘사되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다양한 중요인물이 보는 측천무후는 관찰자에 따라 다양한 면을 보여줄 테고 관찰자 역시 생명력을 얻었을테니. 샨 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지만. 역시 취향의 차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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