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 세인트존스 대학의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부
조한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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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가장 치열한 독서가로 살았던 시절, 이 책 저 책 닥치는대로 읽다가 결국 택한 방법은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역사별로 읽는 것이었다. 서양철학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까지(물론 제대로 이해한 건 절대 아님), 동양철학은 공자부터(서양철학보단 재미있었음), 역사는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농담으로라도 그 대부분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깜냥으로라도 좋아하는 분야를 시대별로 훑었다는 것은 다시 해볼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그래서 절대 놀랍지 않았다. 학부4년간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학교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 응당 있어야 할 것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정작 놀랐던 것은 그 분야가 인문학 뿐 아니라 수학, 과학, 음악에까지 걸쳐 있다는 것이다. 유클리드의 저서로 수학을 배우고, 근대 과학자의 방법으로 과학실험을 하며, 뉴턴의 저서로 물리학을 공부하다니! (정말 힘들겠다...) 하지만 시간여행이나 마찬가지아닌가. 그 시대인이 되어 그 시대의 학문의 정수를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하자고치면 4년이 아니라 40년의 시간도 모자를텐데, 저자 역시 이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자신은 그곳에서 지혜와 지식을 연마해 학문의 거장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자각했으며, 그래서 인간과 학문에 대한 끝없는 흥미와 관심을 배웠노라고. 평생교육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쌓은 것이다.

 

나도 책의 역사를 한동안 겉핥기 한 후엔 어울리지 않게 꽤나 겸손해졌던 것 같다. 누가 너 책 좀 읽는구나, 대단한 거 같아 라고 말해주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닥치는대로 다독하는 악습을 지양하고 한권을 제대로 읽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물론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만약 이 책을 10년, 20년 전에 읽었다면 저 대학을 가고 싶어했을 것 같다. 모든 독서가들의 꿈의 대학, 호그와트가 아닌가. 지금은 그 정도로 창창한 학생의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나만의 고전리스트를 다시 만들어 한권 한권 읽고, 생각하는 과정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부는 평생 할 수도 있지만, 또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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