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의 주위에서 생활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지역에서 화조풍월을 읊조리는 시인이 있다는 것은 그렇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필요 이상의 슬픈 표정도 거짓이려니와, 필요 이상의 기쁜 표현도 거짓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값싼 연기의 주책없는 감상을 받아들이기에는 오늘의 독자들의 지성은 너무나 냉혹한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암담한 탁류 속에서 불안을 불안대로 받아쓰기에도 시는 몸부림을 쳐야 할 지경이거늘, 이 불안을 초극하는 치열한 정신을 가진 시를 쓰기에는 그 얼마나 무서운 정신의 소유가 요구될 것인가 말이다.-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