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헌의 클래식 이야기 - 클래식 음악을 스케치하는 레코드쟁이
신동헌 글.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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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때때로 즐기는 음악 하나 없는 삶은 얼마나 단조롭게 버석거리는 삶인가. 그에 비해 1927년이란 까마득한 시절에 태어났으면서도 유년시절부터 음악과 함께 음악애호가로써 80여년의 세월을 보낸 작가의 삶은 부럽기만 하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일제가 한창인 때에 두만강변에서 태어나 대학시절에 6.25동란을 만난 작가의 인생이 녹록치는 않았겠지만 삶과 함께한 음악이야기를 펼쳐놓는 그의 말투는 발랄하고 익살스럽기 그지없다. 

작가는 밝고 개구진 문체답게 모차르트와 하이든에 대한 애호가 뚜렷하다. 나는 모차르트는 제쳐두고라도 하이든은 좀 과소평가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롱하고 맑은 음악을 듣고 싶다면 하이든보다 더 선율이 풍부하고 현대적인 모차르트를 듣겠다는 생각이랄까. 하지만 하이든을 열렬히 찬양하는 작가의 글을 계속 접하고 보니 다시금 구미가 당긴다. 특히 현악4중주는 꼭 들어봐야지. 

보통 클래식 해설서는 학문적 해석에 중점을 두거나, 해설자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가거나, 잡다한 음악사적 에피소드를 모아놓는 등으로 나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화가와 음악 애호가와 이공계 전공이 섞인 작가의 이력답게 세 가지가 알맞게 섞여 있어서 부담없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비록 클래식에 대한 학식을 늘릴 수는 없지만 음악과 평생을 함께한 작가의 이야기는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란 저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절로 흐뭇해진다.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을 얘기할 때에도 유머러스하게 넘겼지만 두만강변의 고향에 가족을 두고 온 그의 삶이 짐작되어 나 혼자 찡해지기도 했다.  특히 독일의 기차 안에서 만난 노신사와의 에피소드는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린츠 역에 눈물을 감추며 서 있는 노신사의 뒷모습을 내가 직접 본 듯 잊혀지지가 않아서 모차르트의 린츠를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이제 내 삶은 뭔가 특별하고 독자적일 거라고 믿는 나이는 지났고, 어이없이 끝날 수도 있는 것이 민초의 삶이라는 것도 알아 조금 스산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게 느껴진다. 나도 한참 후에 내 삶을 회고해볼 때 순간순간마다 삶과 함께 빛나는 음악들, 그리고 슬프고 괴로울 때 위로해준 음악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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