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느 베이유 불꽃의 여자 - 교양선집 6
시몬느 뻬트르망 지음 / 까치 / 197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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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베이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한 소설에서였다. 학생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등장했던 그 소설에서 어떤 남학생은 그의 동료에게 말한다. '한국에 시몬느 베이유같은 여성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현실의 어려움을 절감한 청년의 입에서 탄식처럼 터져나온 이름. 그것이 시몬느 베이유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인간이 세상의 불의에 분노하고 행동하게 되는 계기는 주로 자신의 체험에서 촉발된다. 장애인으로써, 여자로써, 유색인종으로써, 성적 소수자로써 받은 부당함에 대한 자각이 다른 불의에도 눈을 돌리게 되고 보편적인 인권의 개선을 위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나 백인이나 기득권자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대개 무신경하다.

하지만 시몬느 베이유는 이런 케이스를 모두 뛰어넘는다. 자신의 체험에서 촉발된 분노도 아니고, 사람들이 때때로 느끼는 인류애도 아닌, 핍박받는 사람들에 대한 질기고 질긴 숙명적인 사랑에 가까웠다. 그녀는 10대 시절부터 거지같이 남루한 옷을 입고 다녔고, 항상 절식을 했으며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놓고 잤고 줄담배로 옷을 태워 구멍내 놓기 일쑤였다. 당시 그녀 또래의 아가씨들의 생활을 생각하면 그 갭의 차이는 아찔할 정도이다.

여기에 시몬느 베이유의 특징이 있는데, 그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사람보다 더 혜택받은 생활을 하는 것에 항상 죄의식을 느꼈다. 세상에 굶주리고 헐벗는 사람이 있는 이상 자신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시몬느 베이유의 일생을 관통한 '인간의 조건'이었다. 그것이 너무도 철저해 그녀는 후에 기독교에 깊이 빠졌을 때도 끝내 세례를 받지 않았다. 기독교라는 한 세계에 속하게 되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으며,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소홀하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었다.

시몬느 베이유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도 이런 그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의 사회비판에서부터 말년의 기독교사상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사상도 모두 이 신념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하긴, 누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시몬느 베이유는 행동으로 타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순수한 말로써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을 뿐 어떠한 이득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기심은 너무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삶을 유지하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20대 중반부터 공장생활, 농장생활을 하며 노동자와 농민의 생활을 이해하려 했고, 나치즘이 등장하고 스페인 내전, 2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는 독재와 전쟁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시몬느 베이유도 결국에는 무력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자신의 뜻을 곡해하기만 할 뿐이고, 건강은 나날이 악화되었다. 그녀가 끝까지 추진한 간호부대 파견은 미친소리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독일에 점령된 프랑스에 입국하기 위해 애쓰던 중 영국에서 쓰러졌다.

당시 그녀의 죽음을 들었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상상해본다. 일종의 절망감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나처럼.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가혹하게 대하며 자신의 모든 사상과 수고를 타인에게 전해주려고 애썼던 그녀의 삶을 일종의 경이감과 불편함을 가지고 바라보았을 사람들에게 시몬느 베이유의 죽음은 자신의 게으름과 이기심을 재차 확인하게 하는 채찍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몬느 베이유는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녀는 항상 자기가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행동이든 사상이든 '진심'을 전하려 했을 뿐이다. 우리가 그녀를 절대 범접할 수 없는 초인으로 생각한다면 시몬느 베이유의 삶은 박제된 신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지 못할 때에도 항상 순수한 신념은 다른 사람에게 계승된다고 생각하고 초조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의 삶은 하나의 불꽃이었지만, 그녀의 신념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불꽃은 불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는 그런 희망으로 사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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