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에는 자체로는 완벽하지만 남들에게는 바보로 보이는 두 사람이 나온다. '도련님' 훗타와 그 도련님을 키운 유모 '기요'가 그들이다. 다소 막무가내이고 앞 뒤 정황을 못 가리는 도련님은 아버지나 형의 눈에 찬 적이 한 번도 없지만 기요에게만은 둘도 없이 훌륭한 사람이다. 도련님이 크게 될 것을 믿은 사람은 기요밖에 없다. 출세의 이미지라면 이층집에 살고 큰 자동차 모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기요에게 꼬인 데 없고 씩씩한 도련님은 더없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도련님은 허영심과는 거리가 멀어서 자기가 그렇고 그런 말썽쟁이라는 것을 언제나 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그런 학교를 그저 그런 성적으로 졸업하고 깡촌의 교사로 갈 때에도 귀하신 분을 귀양보내는 듯한 기요와는 달리 시골구석에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만일 뿐이다. 어찌댔건 도련님은 도쿄 태생이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도련님의 좌충우돌은 시작된다.

외따로 떨어진 섬, 못 알아듣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 메밀국수집에 가거나 목욕탕에 빨간 수건만 들고 가도 온 동네에 소문이 퍼져 버리는 작은 마을. 집안에서 하품만 해도 모든 사람이 알아버리는 그 곳은 도쿄토박이인 도련님에게는 기가 막힌 곳일 뿐이다. 더구나 엉터리 골동품을 팔기 위해 매일 찾아오는 첫 번째 하숙집 아저씨, 반찬은 감자밖에 주지 않는 두 번째 하숙집 할머니에다, 짖궂은 장난을 치고도 시침 뚝 떼는 학생들은 시골 생활의 괴로운 활력(?)이었다.

하지만 도련님은 비록 보는 사람은 위태위태해도 한 번도 기죽지 않는다. 눈치를 못 봐서 일을 더 크게 만들고 흥분하면 조리 있게 말하지 못하고 버벅거리기는 하지만 교장이나 떼로 반항하는 학생들하고 붙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남 일에 끼어들어서 학교까지 때려치우는 도련님이 사람들에게는 풋내기로 보일 뿐이지만. 어쨌든 속물보다는 좌충우돌의 우직한 풋내기가 낫다.

도련님이 크게 출세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요가 학교까지 때려치운 도련님을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은 그런 면 때문이 아니었을까. 막부 시절부터 살았을지도 모르는 할머니 기요에게 도련님의 밝은 우직함은 겁나는 세상의 푸른 잎사귀와 같았을 것이다. 존경심이 우러나오기보다는 친근함부터 느껴지는 이들이 '성공'하는 세상까지는 바랄 수 없겠지만 천성이 꺾이지 않고(그런다고 꺾일 그들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원래는 심각한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이런 소품을 쓴 것도 그런 기분좋은 사람들을 보고 싶어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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