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서
미야모토 무사시 지음, 양원곤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자세든 자세를 취한다 생각하지 말고 적을 벤다고 생각하라.'
이 한마디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오륜서를 쓴 이유를 모두 요약하고 있다. 오륜서는 평생 검객으로 살아온 그의 책답게 실용적인 충고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실용적인 충고가 향하고 있는 곳은 어떻게 하면 승부의 상대를 효과적으로 해치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이다.

'깊이 새겨두어야 할 사항이다', '잘 연구해야 한다', '꾸준히 단련해야 한다'같이 단락의 끝마다 잊지 않고 새기고 있는 말은 그가 철학서나 에세이로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도 그 이상의 쓸모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책이 예컨데 논어같은 것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라이들을 향한 실용적인 충고는 이 책이 더 이상 진검승부를 하지 않는 현대인에게는 직접적인 쓸모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소중한 고전으로 읽힌다고 하지만 검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모를까, 출판사에서 선전하고 있는대로 인생에 대한 충고나 경영철학으로서는 그리 뛰어난 수준이 아니다. '오륜서'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누누이 말하고 있다시피 실전을 위한 가이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이라도 검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련이나 시합에 필요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더 흥미 있는 부분은 승부에서의 요령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얼마나 검의 세계에 모든 걸 집중해왔는지 드러날 때이다. 걸음걸이의 모양 하나, 불빛이나 문의 위치 하나하나까지도 검을 쓰는 데 얼마나 유리한가를 따지고, 급습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평생 목욕을 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는 진검 승부의 세계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흥미있는 부분은 앞쪽에 실려있는 서화이다. '오륜서'가 현대에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는 수긍할 수 없더라도 그의 서화가 현대인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긍정할 수 있다. 사실 대단한 인물이라도 환상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지극히 현실적인 존재이므로 '오륜서'를 가지고 미야모토 무사시와 그와 승부했던 사무라이들(시시도 바이킨, 요시오카 세이지로, 요시오카 덴시치로, 사사키 코지로)의 환상에 다시 한번 빠져보고 싶다는 의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진검의 세계란 순식간에 승부가 나버리기 때문에 드라마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섭섭함은 그의 서화들을 보면 어느 정도 상쇄가 된다.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한 것은 만화 '배가본드'가 가장 재미있었는데, '오륜서'에 실린 그의 서화에서는 배가본드 못지 않은 '환상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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