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논그림밭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그들은 불행하고 우리는 무력하다'라는 애매한 위치 때문에 경멸하거나 미화하는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테러 뉴스를 접하면 비난하고 그것에 의구심이 들 때는 저항정신을 칭찬하는 식이었다. 이 책에 신뢰가 가는 것은 여태까지의 그런 관행과 달리 정형화된 개념과 명분을 버린,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태도와 눈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묘사했기 때문이다.

조 사코(저자)는 자신과 그 책을 보는 독자는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한 일은 거의 없으며 지구촌 이웃인 우리로 인해 그들의 처지가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곳에 가서조차 팔레스타인인들의 아픔보다는 나의 안전을 더 생각한다. 그래, 우리는 방관자다! 그럼 방관자로서 뭐가 진실인지나 알고 보자!

팔레스타인은 모두가 알다시피 국민의 대다수가 난민이며 한달에도 몇 번씩 테러가 일어나는 곳이다. 유혈사태는 매일 일어난다고 봐도 좋다. 국제뉴스에는 이스라엘인들을 죽인 '아랍테러범'의 사건이 자주 보도되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에 가깝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불법적으로 마지막 저항과 복수를 한다면 이스라엘인들은(민간인들조차도) 합법적이고 정부의 협력을 받아가며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이고 핍박하고 있다. (믿기지 않는다고? 더한 일도 있다. 안사르 수용소 편을 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단기적인 배고픔과 폭력보다도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살아야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정책이다. 아무 절차없이 사람을 잡아가 청년의 대다수를 전과자로 만들고 중요소득원인 올리브나무를 밀어버리거나 집을 뭉개고 추방시키는 것은 그 일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100년 전에 사막을 가로지르던 베두인의 매너와 여유는 찾아볼 수도 없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은 처음부터 끝까지 궁상스러움으로 가득차 있다. 이제 그들은 끝없는 푸념과 내부의 불화, 외국인에 대한 불신, 아프고 배고픈 몸, 눈물 흘리는 얼굴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대접하는 설탕범벅자 한 잔만 마시면 재판 없이 끌려간 수용소, 자식 잃은 어머니, 감옥에 갖다 온 사람, 길가다가 혹은 집에 있다가 이스라엘군인에게 얻어맞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런 얘기를 하면서도 아이들을 껴안고 있다. 그들의 아기는 쉼없이 태어난다. 삶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팔레스타인에서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과 동일하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이 발간된 10년 전보다 사정은 더 나빠졌다고 한다. 저자는 풍자적이고 익살스러운 만화로 그들을 표현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으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올바른 여론이 조성되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일방적이고 정형화된 시각에 지쳤다면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첫장부터 툭 튀어나온 입술과 비쩍 마른 몸집으로 팔레스타인을 헤집고 다니는 조 사코의 안내를 받을 수 있을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