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평전 - 위대한 폭군 미다스 휴먼북스 4
천징 지음, 김대환 외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천재는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예술, 문학, 과학, 종교, 스포츠, 상업, 정치 어느 분야에서도 천재는 그 시대를 넘어서 수세기, 수십세기동안 영향력을 발휘한다. 샤넬이 없는 현대 패션을, 데카르트 없는 서양 철학을, 붓다가 없는 불교를, 아인슈타인이 없는 현대 물리학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다. 그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모차르트에 대한 살리에리의 인간적인 질투도, 만민평등의 민주주의도 이 자명한 현실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역사는 똑같은 재능을 가지고도 이름을 남기는 자와 무명으로 영원히 묻히는 자를 '선택'하는 특성과 함께, 한 사람의 천재를 낳고 빛나게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천재 한 명의 이름 앞에 묻어버리는 '상징' 또한 특성으로 한다. 다윈과 간발의 차로 진화론을 정립한 영국 학자와 아인슈타인보다 며칠 뒤에 상대성 이론을 창안한 프랑스 학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까지 그의 조국 진나라의 기틀을 갈고 닦았던 지도자들과 그 기틀을 위해 엉겅퀴처럼 고생했던 백성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진시황으로 하여금 천하를 얻게 한다면 천하가 모두 그의 포로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던 사람은 진시황의 적이 아니라 그를 위해서 일했으나 끝내 진시황의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는' 마성을 경계했던 울료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진시황의 유명한 책모인 이사 이전에 울료라는 '브레인'이 있었듯이 진시황 이전에는 그의 대사업을 가능하게 한 강국 진나라를 영양가 없는 변방 야만국에서 서쪽의 강국으로 키워내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선대 지도자들이 있었다.

또한 타국에 인질로 와 있던 수많은 왕의 아들들 중 하나인 진시황의 아버지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왕위로 밀어올리기 위해 전재산을 투자했던 여불위라는 대상인(그가 진시황의 생부라는 설도 있지만 끝내 그의 권력을 경계했던 진시황에 의해 죽었다), 진시황의 '작전'을 수행하다 죽은 장수들과 백성들, 중국 통일을 위해 땅과 목숨을 바쳐야 했던 다른 나라들도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천징은 진시황이라는 상징 앞에 스러져간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천하를 소재로 삼았던 예술가.' 우리는 그 결과물인 통일 중국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현대인들은 진시황을 '위대한 폭군'이라 부른다. 그에 덧붙여 위대한 폭군 뒤에 병풍처럼 늘어선 고대인들을 기억하는 것도 현대인의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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