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스카 와일드 ㅣ 한길로로로 45
페터 풍케 지음 / 한길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오스카 와일드는 결국 영국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영국 귀족을 동경했고, 그의 애인 알프레드 더글러스가 옥스퍼드 출신의 영국 귀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빅토리아 시대는 그에게 호기심을 보이긴 했으나 일탈적인 행각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는 도망치는 것을 사양한 채 악명높은 영국 감옥에서 몰락했다.
그는 머리가 좋았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빨리 배웠으며,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열등감도 없었고, 사교적이고 화술에 능했으며, 가끔은 미남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불완전한 세상을 경멸하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외쳤지만 그 자신 예술을 위해 삶을 바치지는 못했고, 사람들의 사랑과 교제 또한 포기하지 못하는 어설픈 면도 있었다. 분명 그는 모순적인 성격에다가 작가로써 단점을 끊임없이 노출시켰다.
하지만 '나는 나의 천재를 인생에 사용했으며, 작품에는 재능만을 사용했답니다.'라는 그의 고백을 접하면 오스카 와일드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날같이 다양한 개성이 용인되는 시대에는 치기쯤으로 보이는 그의 화려한 몸치장과 조롱적인 태도는 분명 나르시즘에서 그 원인이 있다해도 사회에 아부만 하는 자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이유있는 반항'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끊임없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자 하고 사회에 받아들여지기를 바랬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을 하찮게 만들지는 않았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의해 단죄받는 것이 아닐까. 그를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다면 사회는 그를 감옥에 보내는 대신 무관심으로 반응했을테니까.
더구나 인생을 이상적으로 가다듬고 아름답게 만들고자 한 그의 욕망이 예술에 대해 그렇게 했던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다를 것은 없다. 오스카 와일드의 실수는 인생을 작품보다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 아니라 끝내 균형을 잡지 못하고 인생과 작품 둘 다를 놓쳤다는데에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끝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표출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세 명의 등장인물처럼 되지 못했다. 배질 호울워드의 예술가로서의 성취도 놓쳤고, 도리언처럼 아름다워지지도 못했으며, 헨리 경처럼 현실과 거리감을 유지한 채 품위를 지키지도 못했다. 하지만 현실의 오스카 와일드는 희극적이고 모순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번뜩이는 기지와 사람들을 유혹하는 철학을 잃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그의 책이 계속 팔리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