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의 길잡이 1 - 영국문학
영미문학연구회 엮음 / 창비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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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학중에서 영국문학은 관심도가 높은 편에 속하고, 대학의 어문학과 중에서도 영문학과가 가장 분포도가 넓은데도 불구하고 전공자들과 독자들을 만족 시킬만한 개괄서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토마스 하디나 브론테 자매의 작품을 좋아함에도 그 외에 어떤 작가들이 영국문학사의 줄기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해선 몰랐다. 그러던 중 나온 이 책은 영국문학사 전체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단 빵빵하고, 한 사람의 저작이 아니라 69명 필진의 공동 작업이라는 점에서 객관성과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69명의 개인 논문을 실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책을 위해 수차례의 토론을 거치면서 통일성을 살렸기 때문이다.

영국문학은 18, 19세기가 전성기라고 하고 유명한 작가들 또한 그 시대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중세의 베어울프와 초서부터 현대의 식민지 출신 작가 아체베와 샐먼 루시디에 대한 소개도 접할 수 있다. 식민지 출신의 작가에 대한 부분은 '순수 혈통'이었던 영국문학이 문학의 전성기와 식민지 권력을 모두 잃은 다음에 출현한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과연 아체베와 루시디는 영문학(영국문학이 아니라 영어 문학)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음과 동시에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오만과 오해를 벗겨내고 동서문화의 소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인 역사를 볼 때 이러한 책이 훨씬 더 많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독자에게 이 책을 소개해준 학자들이 고맙고, 물론 앞으로는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영어 문학이 문학 기법의 정도를 무시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신선한 충격의 페미니즘 극, 식민지 출신 작가에 의한 완전히 다른 경향의 소설을 발표하는 시점에 우리가 그들에 대해 무지한 상태를 더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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