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지음, 이양준 옮김 / 어진소리(민미디어)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시를 사랑한다. 우리는 록을 사랑한다. 이 둘이 하나가 될 수 없다고 흔히 생각돼왔지만 짐 모리슨은 점점 외면받아가던 시를 록이라는 장르에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랭보와 그룹 도어즈의 짐 모리슨. 이 둘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월리스 파울리는 불문학 교수이자 랭보 학자였다. 그가 불문학자로서 노인이 다 되어 랭보 전집을 발간했을 무렵 편지 하나가 그에게 전해졌다. 편지에는 랭보 전집을 번역해주어 고맙다, 나같이 불어가 시원찮은 사람에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씌여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자기를 록 가수라고 소개했다. 다음날 강의실에 들어간 교수는 학생들에게 짐 모리슨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학생들은 그런 유명한 가수를 모를 수 있느냐고 항의했고 노교수는 자기에게 짧은 감사편지를 쓴 사람이 희대의 록가수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가 랭보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은 록커라는 것 또한. 은퇴를 앞둔 불문학 교수와 록 가수 짐 모리슨과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때부터 짐 모리슨을 연구한 교수는 랭보와 그의 관계, 시의 계승자로서의 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굉장히 신선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랭보를 아는 사람은 짐 모리슨을 모르고, 짐 모리슨의 팬은 랭보에 대해서 무지한 동서를 불문한 현실에 파울리 교수는 훌륭한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한 것이다. 그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있자면

'내 갔지,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양복 저고리는 관념적이 되었어.'
라고 읊은 랭보나
'나는 성인이고
나는 학자이며
나는 한길을 걷는 보행자라네.'
라고 읊은 짐 모리슨이 정신적인 형제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으리라. 그 둘은 안타깝게 모두 죽었다. 하지만
'의도한 바대로 불 속에서 춤을 춘다
끝에 다다를 때까지 음악은 너의 유일한 친구'
라고 노래된 음악은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우리는 풍부한 유산을 받은 셈이다. 시는 영원하다. 록 다음엔 어떤 곳에서 어떤 천재가 우리의 마음을 읊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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