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법 - 블랙홀 서울, 땅과 건축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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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시대를 초월하는 생각을 가졌더라도 건축물은 장소, 기술, 노동이란 기반 위에 만들어진다...건축물이 제도판에서 잉태되어 현장에서 구현되는 과정은 역사에 비유하면 정사(正史)에 야사(野史)가 가려지는 경우다.“.. 이 인상적인 내용이 프롤로그에 담긴 책이 김성홍의 ‘서울 해법’이다. 저자는 수잔 랭거(Susanne K. Langer; 1895 - 1985)의 은유를 소개한다. 비담론의 넓은 바다에서 담론의 작은 섬에 갇히는 것이란 말이다.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건축을 언어화하는 순간 깊고 풍부한 건축의 전체성은 언어의 논리로 축약된다는 것이다.

 

책은 1부 땅, 2부 제약, 3부 관성, 4부 명제로 이루어졌다. 서울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수도는 흔하지 않다. 베이징, 도쿄, 워싱턴 D. C, 런던, 파리, 베를린 모두 평지다. 한양도성으로 둘러싸였던 4대문 안과 그 밖 일부를 역사 도심이라 부른다. 이곳의 면적은 서울 전체 면적의 2.9 퍼센트(17.9 제곱 km)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는 9.7 퍼센트, 인구 밀도는 서울시 평균의 1/3이다.(42 페이지)

 

토지구획정리사업은 19세기 말 스위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은 20세기 초 이를 독일에서 도입하여 도쿄, 요코하마를 재건했고 한반도, 대만 등 강점(强占) 지역에도 시행했다. 1980년대에는 이 사업을 통해 가나자와, 사이타마, 지바 등 교외 신도시를 건설했다. 일본이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자국에 도입한 목적 및 배경과 경성을 포함한 강점 도시에 시행한 그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일제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편 것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함으로써 토지 경작권을 잃고 영세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성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54 페이지)

 

서울의 신시가지 조성은 한양도성 밖 동북쪽 관문이었던 혜화문 밖 돈암동에서 시작되었다.(55 페이지) 구획정리사업의 정점은 강남이 탄생한 것이다. 구획정리사업은 불규칙한 필지를 곧게 펴고 잘게 나누면서 개인이 소유한 필지의 일부를 떼어 길과 공원 등의 공공용지를 확보한다.(57 페이지) 세계 도시 비교 연구를 해온 존 페포니스는 모더니즘을 둘로 나누었다. 주변 맥락과 독립된 오브제와 스펙터클한 내부 공간을 만나는 모더니즘, 건축과 도시의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대면 접촉을 촉진하는 모더니즘이다.

 

저자는 성장하는 도시에만 익숙했던 한국도 서유럽과 일본이 겪고 있는 문제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69 페이지) 저자는 서울의 인구 집중화에 따른 주택난을 해결하고 부족한 도시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부동산 투기와 정치 비리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구획정리사업지구는 이제 필지 단위에서 소블록 단위의 재생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고 말한다.(73 페이지)

 

구획정리사업은 서울 최초의 근대적 도시계획이었다. 그리드 바탕 위에 작도한 경복궁 복원도가 전해오지만 조선 초기 경복궁을 이 방식으로 계획했는지는 알 수 없다.(76 페이지) 서울은 20세기 후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도시 집중화를 겪었다.(117 페이지) 저자는 5년제 건축학 교육을 받고 실무 수련을 마친 예비 건축사의 설계 능력을 시험으로 판단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논리로 건축사 수를 제한하는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120 페이지)

 

지난 50년간 건설사업의 성장 동력은 더 높은 용적률을 향한 집단적 욕망이었다.(128 페이지) 저자는 이 부분에서 여러 저자들이 쓴 ‘서울의 인문학’에 실린 자신의 글을 소개한다. 용적률(容積率)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건물 바닥 면적의 합)의 비율을 말한다. 가령 집의 연면적이 대지면적과 같으면 용적률은 100퍼센트, 연면적이 대지 면적의 2배이면 용적률은 200퍼센트가 된다. 건폐율(建蔽率)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1층 바닥 면적)의 비율이다. 건폐율이 50퍼센트인 집을 4층으로 지으면 용적률은 건폐율의 4배인 200퍼센트가 된다.(‘서울의 인문학’ 191 페이지. 積은 쌓을 적자다. 蔽는 덮을 폐자다.)

 

저자는 건축은 숫자로 치환할 수 없고 치환되어서도 안 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지만 문제는 지난 50년간 건축을 추동한 밑바닥에 용적률이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130 페이지) 인구 밀도가 높다고 용적률 게임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땅값 상승이 받쳐주어야 하는 것이다.(133 페이지) 한양의 단층집은 수직으로 쌓을 수 없는 목구조와 온돌 결합 방식이었다. 구한말 한양은 건폐율과 용적률이 70퍼센트로 같았던 수평도시였다.

 

2016년 서울의 평균 용적률은 70퍼센트에서 145퍼센트로 2배 올랐다. 지난 100년간 서울의 시간은 용적률을 2배 올리는 과정이었다. 현재 평균 건폐율이 50퍼센트라고 가정하면 높이 평균은 2.9층이다.(145/ 50; 2.9) 저자는 네덜란드의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 1944 - )를 소개한다. 그는 거대 도시 맨해튼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해부한 ‘광기의 뉴욕’이란 책으로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건축 기술은 보수적이다.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145 페이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제품과 달리 건축은 땅을 딛고 있으므로 하이테크와 로테크를 모두 필요로 한다.(146 페이지) 스위스는 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건축의 나라다. 850만의 인구에 건축사, 건축 엔지니어 수는 16,000명으로 인구 5000만 명인 남한의 건축사 수에 육박한다. 기존 건축사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건축사 합격자 수를 암묵적으로 조절하는 한국보다 경쟁이 더 치열하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건축학과 졸업장이 곧 건축사 자격증이 된다.(149 페이지)

 

맑스는 노동자들이 생산한 상품의 가치가 시장에서 어떻게 가격으로 전환되는지를 규명하고 이론화했다. 자본주의에서 상품 가치는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사람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는 맑스의 가치론은 논쟁거리다.(155 페이지) 저자는 버내큘러(vernacular)를 번역할 마땅한 우리말이 없다고 말한다. 건축에서는 평범한 집을 짓는 데 사용하는 지역 양식을 의미한다. 평범, 비공식, 비표준, 장소, 지역, 언어, 방언, 양식 등을 포괄하는 단어다. 이 단어가 사전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1700년경이다. 집에서 태어난 노예, 원주민을 의미하는 라틴어 베르나(verna)에서 파생한 말이다. 영국이 아메리카와 서인도에 방대한 식민지를 구축하던 시기다.

 

저자는 일본 신사(神祀)를 닮았다는 김수근의 부여박물관 논쟁, 법주사 팔상전(八相殿)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차용했다는 정봉진의 국립민속박물관 논쟁은 모더니즘의 수동적 학습자이면서 전통 현상에 대한 혼돈과 목마름을 앓았던 1세대의 필연적 결과였다고 말한다.(168 페이지) 부여박물관 논쟁은 도리이(鳥居; とりい) 논쟁이기도 하다.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부여박물관(현 국립문화재연구소)을 보고 김중업 건축가가 일본풍이라고 비판한 데서 비롯된 논쟁이다.

 

버내큘러와 비교할 말이 제네릭(generic)이란 말이다. 제네릭 도시란 특징 없고 무미한 도시를 말한다.(164 페이지) 저자는 주변과 무관하게 고유한 것이 있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며 만들어낸 가공이라 말한다.(175 페이지) 저자는 서울을 향한 타자의 비판, 냉소, 폄하, 훈수에 대해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제3의 시선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한다.(176 페이지)

 

저자는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읽는 것은 필요하지만 고증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 사실과 상상에 기댄 가공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록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지배자, 승자, 강자의 틀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집중하면 된다.(177 페이지) 평면도는 허리 높이에서 건물을 수평으로 자르고 위에서 바닥면을 내려다보고 그린 도면이다. 평면도는 보고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가정하고 그리는 가상 도면이다. 건축가들은 2차원 평면도와 단면도를 보고 3차원 공간을 상상할 수 있고 역으로 3차원 공간을 경험한 후 평면도와 단면도를 그릴 수 있다.(181 페이지)

 

서울에 2층 상가가 들어선 것은 일제강점기다. 단층이었던 상점을 2층으로 짓도록 한 조선총독부 정비령 때문에 조선 상인들이 파산하기도 했다.(215 페이지) 저자는 근린생활시설(근생)이 주택가에 침투한 사례를 열거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강남 역삼동, 잠실 방이시장, 홍대앞 서교동, 연희동, 건대입구역 화양동 등이다. 저자는 왼쪽을 빨간 튤립이, 오른쪽은 노란 튤립이 이랑을 따라 일렬로 심어진 밭을 반(半) 자연이라 말한다.(255, 256 페이지) 사람 손을 거친 자연이라는 의미다.

 

패턴이란 자연이나 인공물에 내재하는, 확연히 구별되는 규칙성을 말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단순한 규칙이 만들어낸 집합적 패턴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랭거는 비담론적 예술을 표상 상징이라 설명했다. 저자는 건축은 언어의 세계와 느낌의 세계 사이에 교묘하게 걸처져 있다고 말한다.(258 페이지) 건물은 공간적으로 시각 예술을, 시간상으로 음악의 스케일을 능가한다.(264 페이지) 건물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내외부 전체를 움직이며 경험해야 한다.

 

게슈탈트 심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환경을 최대한 단순하고 정형적 형상으로 축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사물과 현상을 쉽게 지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다.(267 페이지) 도시 연구는 귀납적이다. 현상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간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건축 연구는 연역적이다. 자신이 설정한 아이디어를 맥락화하고 합리화한다. 이미 내린 답을 역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274 페이지)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의 의식 세계는 분석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 물질세계와 다르며 직관만이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직관은 대상을 맴돌며 분석하고 판단하지 않고 대상 안으로 곧바로 들어가 표현할 수 없는 무엇과 공감하는 것이다. 많은 장소에서 여러 각도로 사진을 찍고 도면을 분석하더라도 도시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직관과 즉물적 감각으로 단번에 도시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275 페이지) 도시계획은 집단의 욕망을 제어하고 건축설계는 개인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이질성과 역동성은 종이 한 장 차이다.(285 페이지) 동으로는 일본, 서로는 티베트, 남으로는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기후, 재료, 기술, 관습에 따라 동아시아 목구조 건축은 다양하게 갈래를 쳐왔다.(288 페이지) 우리는 고유한 것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우수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전통의 원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속성의 토대 위에 변용과 변화가 있을 뿐이다. 고정된 전통은 우리가 만든 가공이다. 도시와 건축에서 오염된 단어가 커뮤니티란 말이다.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물리적, 심리적 경계를 만드는 설계안에 커뮤니티라는 말이 붙는다.(300 페이지)

 

저자는 서울은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서 정의한, 한 곳을 깊이 파는 고슴도치와 여러 곳을 살피는 여우의 모습을 지닌 다면적 브리콜뢰르 건축가를 기다린다고 말한다.(314 페이지) ‘서울 해법’은 새로운 개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 진지하고 묵직한 사유의 궤적을 보여주는 책이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다시 들춰볼 책이다. 건축의 매력과 특성을 단편적이나마 음미할 수 있었다. 조선과 일제강점기, 근현대 한국을 연결짓는 통시적 접근법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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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哲學)이란 용어를 만든 니시 아마네(にし あまね; 1829 - 1897)를 한자로 쓰면 서 주(西 周)가 된다. 이로부터 주(周)나라 생각을 하게 된다. 주나라는 서주(西周)와, 서주 이후의 춘추전국시대 즉 동주(東周) 시대로 구분된다. 공자가 이상시한 시대가 서주시대고 동주시대는 무도(無道)와 패권 다툼의 혼란기였다.

 

각설(却說)하고 니시 아마네는 주자학의 핵심 개념인 리(理)를 물리(物理)와 심리(心理)로 나눈 사람이다. 리(理) 개념의 추상화는 나의 오래된 관심사이거니와 지금 내가 리(理)를 논하는 것은 물리(物理)에 대한 관심을 늘려야 한다는 당위 차원의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 내가 지질(地質)에 약한 것은 물리적 맥락 또는 이치에 둔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아인슈타인과 피카소가 만나 영화관에 가다’란 책의 한 챕터인 ‘심리학자이자 물리철학자’란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실 본다는 것은 문화적 행위다. 왜냐하면 우리가 본 것 내지 분간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따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본 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개념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121 페이지)

 

핵심은 본 것 내지 분간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따로 배워야 한다는 점, 본 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개념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 등이다. 이 부분에서 두 가지를 논할 수 있디. 하나는 “우리에게 인식만 있고 표현이 주는 즐거움이 없다면 영원히 우울할 것”이란 말(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에 나오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폴 리쾨르의 데카르트 비판이다.

 

리쾨르는 데카르트가 했다는 직접적 자기인식은 자신을 느낀 것이지 인식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느낌도 앎의 일종이지만 적어도 ‘나’(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말에 나오는 나)는 직관적 앎의 대상이 아니다.”(양명수 지음 ‘폴 리쾨르의 ’해석의 갈등‘ 읽기’ 95 페이지)

 

이렇게 나란 존재도 직관적 앎이 아닌 명백한 인식의 대상이거늘 물리나 지질 등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리쾨르의 말을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김영민 지음 ‘공부론’ 36 페이지)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의미의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이란 공언(孔言; 공자의 말)도 생각해볼 만하다. 위태로운 것보다 얻는 것이 없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색을 감지하는 망막의 원추체가 없고 간상체만 남아 있어 색을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심한 색맹, 어셔증후군(농아로 태어나 어른이 되면 점차 시력을 잃는), 윌리엄 증후군(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감각한 것을 양적인 체계 속으로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자폐증(듣고 보고 느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상적 능력을 상실한 채 태어나는) 등의 네 가지 신경장애를 가진 사람들 즉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겸손이라는 말을 했다.(‘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242 페이지)

 

겸손은 공부에도 적용된다. 앞서 인용한 철학자 김영민은 ”무릇 인문학의 공부란 자기 자신의 생각들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사뭇 뼈아프게 깨우치는 일련의 사건들“이라는 말을 했다.(같은 책 40 페이지) 겸손이란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겸손의 가르침을 몸에 익히게 하는 가장 적절한 말로 들 수 있는 것이 김화영(최근 김리아로 개명) 교수의 말이다. ”혼돈은 때로 생성의 원천이기 때문에 영혼은 반드시 혼돈의 용암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건전한 영성은 두 성역, 즉 혼란과 질서를 동시에 존중한다...혼란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질서는 우리를 통합시킨다.“(‘비극을 견디고 주체로 농담하기‘ 172 페이지)

 

김영민 교수의 말대로 자신의 생각이 자연스럽지 않음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보정(補正; 모자람을 보태고 잘못을 바로잡음)의 노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최근 나는 ’데카르트가 인간이 모든 것을 의심해도 사유(의심)하는 자신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유 주체인 인간이 자신을 자동적으로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해설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해설사가 해설 내용을 느낌이 아닌 인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그리고 해설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이 허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누구보다 나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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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깊이 - 공간탐구자와 함께 걷는 세계 건축 기행
정태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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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종의 ‘도시의 깊이’는 헤테로토피아, 현상학, 구조주의, 바이오미미크리, 스케일 등의 개념으로 도시와 건축을 분석한 책이다. 치과 의사 출신의 건축학부 조교수(助敎授)로 자신을 건축으로 세상을 읽는 공간탐구자로 소개하고 있다. '도시의 깊이'는 브랑코 미트로비치의 ‘건축을 위한 철학’을 연상하게 하는 책이다.

 

헤테로토피아는 미셸 푸코가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저자는 헤테로토피아라는 관점에서 현대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순되는 행위의 공공 공간,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SNS 공간, 이질적이고 다양한 OO방(房)들이 즐비한 도시 풍경, 청계천으로 대표되는 인공 자연 같은 한국적 특이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비일상 공간인 헤테로토피아로 무덤만 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브랑코 미트로비치는 architecture(건축)이란 말을 분석한다. 그것은 처음 또는 근원을 의미하는 arche와 장인(匠人)을 의미하는 tectron의 결합어이다. 그러니 건축이란 근원을 아는 장인의 기술이란 의미가 된다.(‘건축을 위한 철학’ 11 페이지) 미트로비치에 의하면 건축 과정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연결시킴으로써 장소를 만들어낸다.(‘건축을 위한 철학’ 158 페이지)

 

정태종 저자의 책은 공간과 장소들이 인상적인 건축 도시들을 찾아나선 여행의 산물이다. 중간 중간에 주요 건축 양식들에 대한 지식이 소개된다.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취향은 덤이다. 가령 ”개인적으로 가에다노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빈첸초 벨리니의 ’노르마‘나 ’청교도‘ 등 벨칸토 오페라를 좋아해서 기회가 되는대로 공연을 보러간다.“(55 페이지)는 말이 그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문화 공간을 즐거운 헤테로토피아로 소개한다. 저자의 글을 통해 2015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장이 담양 소쇄원에서 영감을 얻어 대나무와 자작 합판, 스틸 등으로 제작한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伊東豊雄; 1941 - )의 공간 조형물인 ’신명(晨明)‘으로 채워졌음을 알게 된다.(신명이란 새벽녘을 의미한다.)

 

저자의 책은 전방위적이다. 가령 바르샤바편에서는 사람들이 옛 소련이 사회주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만든 문화과학궁전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 듯 하다고 말하다가 그 건물 앞 건널목이 피아노 건반 모양임을 덧붙이며 바르샤바에서 쇼팽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만 사람들을 위로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마음을 구석구석 위로해준다고 말한다.(74, 75 페이지)

 

본문에 의하면 현상학을 건축에 적용한 사람은 크리스티안 노베르크 슐츠로 공간의 개념을 인간의 실존 즉 살아가고 싶은 마음과 머무는 거주 감각으로 정의했다. 알베르트 페레즈 고메즈는 감각적 속성과 신체감 등을 사고하며 대상과의 상황을 실험하고 구축해 신체로 체험하는 것을 현상학적 건축이라 주장했다.(80 페이지)

 

현상학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저자에 의하면 현상학에서 중요한 것은 감각과 관련된 매개체다. 그것은 주로 빛이나 색 같은 시각적 정보를 이용한다. 조금은 추상적인 진단일 수 있지만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색이 다양해서인지 건축은 색에 대해서는 주인공으로 나서기보다 배경이 되어 사람을 품으려고 한다는 말도 현상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건축은 미술과 달리 색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다.(82 페이지) 우리는 시각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물론 가장 민감한 감각은 후각이다. 저자가 말하는 도시란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면 작동 시스템이 달라지는 장소다. 그런데 ”커피는 오감 그 자체.“(91 페이지)란 말은 무슨 뜻일까?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건축 이야기만 하면 재미가 덜할 것이다. 그래서 해당 도시의 유명 아이템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저자는 스콜과 태풍과 오토바이 소리와 매연 등 다양한 현상학적 요소들로 가득 차 있는 호찌민 시를 어떤 감각보다 초콜릿 커피 향으로 기억한다고 말한다.(92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회랑은 어느 시대에나 사랑받는 건축 어휘였다. 조선 시대 왕궁도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저자는 건축은 패션이라 말한다.(95 페이지) ”빛의 교회, 물의 절, 명화의 성당 등 일본 현상학적 건축설계를 대표하는 안도 다다오”(98 페이지)란 말을 통해서도 현상학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다. 스위스의 피터 줌터가 설계한 쾰른의 콜룸바 박물관은 오래된 폐허 위에 설계되었다.

 

이 말을 전하며 저자는 서울 도심부인 종로를 재개발하면서 발굴된 유적의 경우 대부분 박물관으로 옮기고 흔적만 남기거나 유리를 이용하여 시각적 체험을 하도록 유도한 반면 콜룸바 박물관은 폐허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자연과 교류하게 하면서 역사의 지층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102 페이지)

 

저자는 전기와 건축을 인류의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평가한다. 낮의 빛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밤의 빛으로 살아난다.(103 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에딘버러의 밤은 새로운 활동으로 활발해지는 곳이다. 이를 읽으며 여름 밤 정동(貞洞)이나 혜화(惠化) 답사 시간을 떠올린다.

 

빛은 건축에서 현상학적 공간을 만다는 최고의 매체다. 제주의 바다에서는 빛보다 물이 주인공 역할을 한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물, 불, 공기, 대지를 떠올린다. 뒤집힌 자연의 반전을 경험하고 하늘을 내려다보는 신(神)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키타에 있는 미술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읽으며 나는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神)들이 내려와 산다"는 카뮈의 문장을 생각한다.

 

저자는 벚꽃이 피는 봄에 오면 모네의 그림인 ’왼쪽을 바라보는 파라솔을 든 여인’처럼 흩날리는 벚꽃과 바람 사이에 담긴 멋진 박물관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112, 113 페이지) 상당히 시적인 문장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돔 이노(dom ? ino)라는 개념을 보자. 기존의 내력벽으로 하중을 해결하던 것을 기둥으로 대체하여 벽체를 자유롭게 하여 다양한 평면구성이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저자는 ”나는 도시의 모나드이고 나의 활동은 매 순간 새로운 사건으로 도시에 새겨진다. 매 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129 페이지) 모나드는 라이프니츠가 말한 개념이다. 저자는 서울 도심부를 서울의 역사가 층층이 쌓인 장소로 그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섞인 곳으로 정의한다.(134 페이지)

 

저자는 현대 건축의 중심으로 구조주의를 든다. 저자에 의하면 한강은 강남과 강북의 명확한 경계가 된다.(153 페이지)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뮤직 라이브러리를 볼 수 있다. 저자는 보이드(void) 공간을 언급하며 소통을 설명한다. 이태원과 한강을 나누어 한쪽만 사용하던 기존 공간에 도넛처럼 구멍을 뚫어서 양쪽 공간이 하나로 엮이는 새로운 위상학적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154 페이지)

 

저자는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강추한다. 압도적인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저자는 건축 어법 또는 어휘라는 말을 사용한다. 건축에서도 예측 가능한 어휘는 실망감을 준다. 프로젝트마다 새로울 수는 없지만 동선에 따른 설계는 지속적으로 새 공간과 의외성을 만들어야 한다.(161 페이지)

 

저자는 자연을 개발하기보다 적절하게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필요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의 필요성을 논한다.(163 페이지) 컴퓨터를 이용한 변수조정으로 다양한 형태를 디자인하는 파라메트릭(parametric) 디자인이 대세인 듯 하다. 저자에 의하면 현대건축은 형태보다 관계에 중점을 둔다.

 

"건축에는 관계를 통한 구조주의적 디자인과 시각적인 현상학적 디자인이 함께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168 페이지)라 말하는 저자는 학교, 감옥, 병원같이 공간의 자율적 관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에 벤담이 고안한 파놉티콘이 활용됨을 언급한다. 이 기법은 시각적 권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시적 권력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저자의 책을 통해 프랭크 게리가 파라메트릭 건축물을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칸 센터 파리란 건축물이다.(게리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다.) 바이오미미크리는 재닌 베뉴스가 처음 도입했다. 그는 자연에 대해 배우기보다 자연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 건축가다. 새 날개처럼 보이는 밀워키 미술관, 새 둥지처럼 철골이 서로 엮여 공간과 구조를 만드는 베이징 내셔널 스타디움 등이 관심을 부른다.

 

저자의 책을 통해 단위 유닛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리좀(rhizome)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카쇼 쿠로카와가 유리 루버를 이용해 만든 국립신미술관이 투명하다 못해 푸른 청자를 만들어낸 듯 하다고 설명하며 그가 청자를 염두에 두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저자 자신의 눈에 청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런 해석의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올림픽공원의 엄지손가락 형태의 조각품을 보고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모르나 나에게는 그렇게 세련되고 현대적인 공간에 누구나 들어오도록 하는(무임승차하게 하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저자는 한 가지를 위해 명확하게 재단해 종이 오리기가 근대건축에 비유된다면 가위 없이 종이를 접어 형태를 만드는 것(오리가미;おりがみ)은 현대건축에 비유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루버를 일본 특유의 엿보기(노조꾸; のぞく) 문화와 연결짓기도 한다. 루버(louver)는 직사광선을 피하면서 광선은 투과시키기 위해 설치하는 판자를 말한다.

 

저자는 지난 역사의 장식을 배제하는 것만이 현대 건축의 길이 아니라 말한다.(217 페이지) 현대 건축가들은 장식을 위한 장식이 아니라 장식과 동시에 구조와 공간이 되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218 페이지) 알함브라는 붉은 사암으로 인해 붙은 붉은 성(城)이란 뜻의 아랍어다. 아랍에 의해 침략받은 스페인의 무어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이다.

 

저자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를 예로 들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설명한다. 저자는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도시는 그날의 자신을 보여줄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스케일편(다섯 번째 챕터)에서 베네치아를 미로 같은 리좀 도시로 정의한다.

 

개발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비용 문제로 개발이 늦어지는 탓에 오히려 전통이 남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일수록 현대 건축물이 많은 것도 그렇다. 저자는 군나르 아스풀룬드가 설계한 스톡홀름 공공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로에서 입구로 연결되는 길의 낮은 계단과 벽에 건축가의 이름이 크게 쓰여 있는 도서관이다. 건물 어디에도, 심지어 공공 건물 홈페이지에도 건축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이 없고 개관식에 건축가를 초대하기는커녕 언급조차 안 하는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놀라운 사건이라고 말한다.(269, 270 페이지)

 

저자는 사람들이 바이칼 호수를 기억하지 그 호수가 자리한 이르쿠츠크라는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제 인류는 자연 속의 도시, 도시 속의 자연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 말한다.(285 페이지)

 

책을 다 읽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건축 전공자의 책이지만 건축 이야기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촉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축 이야기도 결국 삶 이야기이리라. 현상학이란 개념을 좀 더 명료하게 제시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건축 구조 역학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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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깊이를 음미하는 시간입니다. 도시 이야기하다가 난데 없이 새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새는 도시 구조물의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새 날개 형태를 모방한 밀워키 미술관과 새 둥지처럼 철골이 서로 엮여 공간과 구조를 만드는 베이징 내셔널 스타디움을 보며 새가 스승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밀워키 미술관은 창공(蒼空)을 배경으로 해 흰색의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고 베이징 내셔널 스타디움은 가을 낙엽을 닮은 색이어서인지 답답해 보입니다. 우리는 새를 사랑하지 새가 사는 둥지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많이 걸었습니다. 다리와 어깨가 비정상입니다. 이상(李箱)은 건강하지 못한 자신의 폐를 폐가 칠칠치 못하다고 표현했지요. 그럼 저는 다리와 어깨가 칠칠치 못하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새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날아가는 데 얼마나 큰 에너지가 필요하겠는지요. 저는 붉은 사암(砂癌)으로 되어 붉은 성(城)이라는 아라비아 이름을 가진 알함브라 궁전이 마음에 듭니다.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록 필드에서도 독특한 음악을 구사한 메쯔키타(mezquita)의 recuerdos de mi tierra(‘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과 철자가 많이 비슷한 음악)을 듣습니다. 너무 피곤해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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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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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들을 읽다 보면 개념들을 정리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귀찮기도 하고 체계적이지도 못해 포기한다. 그러다가 긴 공백기를 지나 다시 다른 심리학 책들을 읽는다. 장원청의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에는 꽤 많은 개념들이 정리되어 있다.

 

그 유명한 머피의 법칙을 비롯 철학을 아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오컴의 면도날과 뷔리당의 당나귀, 학습된 무기력, 삶겨죽은 청개구리 효과, 플라시보 효과, 밀그램 실험, 죄수의 딜레마, 치킨 게임, 베블런 효과, 일중독 증후군, 깨진 유리창 효과 등이다. 생소한 것들도 많다. 쿨레쇼프 효과, 빌라흐 효과, 애런슨 효과, 대답 일관성의 원리, 더 큰 바보 이론, 피터의 원리, 베버의 법칙 등이다.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의 특징 중 하나는 파트별로 개념들을 나누어 놓았다는 점이다. 나를 뛰어넘어 진정한 나를 만나다, 나를 끌어올려 성공하라, 나에 대한 호감를 높여라, 투자와 소비 속에 있는 함정,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등이다.

 

이기적 편향에 대해 알아보자. “자아와 관련한 정보를 만들어낼 때 일종의 잠재적 편견이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는 쉽게 벗어던지면서 성공의 찬사는 달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기억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는 과장되게 말하고, 불리한 부분은 무시해버린다. 따라서 이기적 편향을 자기본위적 편견이라고 부른다.

 

앵커링 효과는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얻은 첫 번째 정보에 따라 사고가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의 사고가 어딘가에 고정되어 왜곡된 선입견이 생겨나는 것이다. (고정관념의) 닻을 내리지 않으려면 이전 정보들을 모두 무시하는 것과 대량으로 수집한 정보들을 전면적으로 분석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전자는 어렵다. 그러니 후자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을 접하면 인간은 오류와 착오, 방황, 불합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 심리학 개념 사전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하는 것은 그런 점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사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가령 스트레스가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월렌다 효과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양날의 칼이며 수천수만의 적을 죽일 수 있는 예리한 무기가 되어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다.

 

칼 이야기가 나왔으니 오컴의 면도날을 보자. 번잡한 곁가지를 모두 잘라 버릴 것을 의도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적을수록 더 좋은 미니멀리즘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아인슈타인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세상만사는 가능한 한 간결해야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사물의 법칙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파악한 후 조잡한 것은 제거하고 진짜는 보존하여 복잡한 것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간결한 것이 좋다고 본질을 버릴 수는 없다.

 

결론은 간결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체를 보는 시간과 내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장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의 말을 할 수 있다. 짧은 문장이 좋다고 너무 단문만으로 채우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관건은 조화와 균형이다.

 

학습된 무기력에 대해 알아보자. 실패를 반복해 겪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학습된 낙관주의도 있다고 한다. 요나 콤플렉스는 욕구 단계설을 제안한 유명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가 정식화한 법칙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과 조건 아래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하고 크게 용기를 낸다고 해도 상상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몹시 추앙한다.” 잘 알려져 있듯 요나란 성경의 인물이다.

 

이 콤플렉스는 우리 내면의 스트레스를 균형 있게 표현하는 말이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성공의 기회가 있지만 그 기회 앞에서 소수만이 그것을 대담하게 돌파하고 자신의 요나 콤플렉스를 인식하여 벗어던지며 기회를 잡아 성공을 얻는다. 발라흐 효과는 단점을 보완하면 강점이 됨을 말하는 법칙이다. 이 효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무통 원리다. 미국의 관리학자 로렌스 피터가 제기한 이론이다. 나무통 하나에 얼마 만큼의 물을 담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가장 긴 나무토막이 아니라 가장 짧은 나무 토막이라는 것이다.

 

발라흐 효과와 나무통 원리는 상관 없어 보이지만 발라흐 효과는 개인 능력 관리에 활용되며 나무통 원리는 조직에서 뒤처지는 위치에 있는 부분에 중점을 둔다. 내가 평소에 관심을 두던 개념이 뷔리당의 당나귀다. 이 당나귀는 양과 질이 같고 거리도 같은 두 개의 건초 사이에서 굶어 죽기 직전의 당나귀를 말한다. 14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뷔리당이 말한 당나귀다. 이 역설의 첫 의도는 당시의 이성주의 사조를 반박하고 자신의 믿음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누군가 지나치게 이성적이라면 밥을 굶는 뷔리당의 당나귀처럼 끝없는 결정장애에 빠져 위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음을 의미했다. 물론 현실에서 양과 질이 같은 두 개의 볏짚은 없다. 저자는 선택 전에는 망설이지 말고 선택 후에는 후회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는 뷔리당의 당나귀 효과에 대한 제일 좋은 반격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둔 사람들에게 필요한 법칙도 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효과다. 한 발씩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문간이라는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 효과는 무리한 요구부터 한 후 간단한 요구를 들이미는 것이다. 베블런 효과 즉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림을 말하는 법칙은 경제학에서 만나는 개념이지만 소비자의 심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심리학 책에 등장한 것이다. 물론 수요원리가 일치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기펜의 역설도 경제와 관련된 심리를 말하는 것이다.

 

가격이 올라가도 수요가 떨어지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일단 시작하면 마치게 되어 있다는 의미의 자이가르닉 효과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즉시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자이가르닉 효과가 발휘되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다. 사실 일을 계속 미루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성공을 향한 첫 걸음은 꿈이 아니라 행동이다. 우리가 일단 시작하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럴수록 그 꿈을 지키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지고 꿈을 이룰 기회는 더 커진다.

 

저자는 권위 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특별하게 보는 권위 효과를 언급하며 “나는 나의 스승을 사랑하지만 진리를 더 사랑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했다. 이는 권위 효과에 대해 지켜야 할 정확한 태도라고 한다. 침묵할 줄 알아야 좋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굿맨효과는 미국의 심리학 교수 굿맨이 제시한 말이다. 대화에서 침묵이 하는 역할은 수학에서 제로가 하는 역할과 같다.(0은 상당히 중요한 아니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침묵과 경청은 연결되어 있어서 경청할 줄 모르면 다른 사람의 말을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 침묵할 줄 모르면 다른 사람의 말을 효과적으로 경청할 수 없다. 임금의 역할은 대체 가능하며 우수한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높은 임금 외에 독특한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레이니어 효과도 중요하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로젠탈 효과다. 당신이 기대한 대로 그러한 사람이 된다는 마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 효과는 심리적 암시에 의한 것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야 한다. 무거운 기대는 부담감을 줄 뿐이다.

 

마지막 챕터는 13번째 챕터로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다. 이 챕터는 네 개의 법칙으로 이루어졌다. 슈와르츠의 논단, 베버의 법칙, 디드로 효과, 악어 법칙 등이다. 슈와르츠의 논단은 불행은 별난 행복일 수 있음을 말한다. 불행 중에도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베버의 법칙은 행복의 본질은 일종의 민감도에 있음을 말한다. 버릴수록 행복해짐을 말하는 디드로 효과는 인간이 벗어나기 어려운 10대 심리 중 하나다. 디드로는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말한다.(너무 유명해서 설명 생략)

 

전체의 마지막 법칙은 악어 법칙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말하는 법칙이다. 악어 한 마리가 우리 다리를 물었을 때 손으로 악어를 밀면 발과 손을 함께 물리게 되기에 발버둥치지 말고 다리 하나만을 희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기는 또 다른 것을 얻기 위한 방편이다.

 

책 제목이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인 것을 알겠다. 그래서 마지막 챕터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란 제목을 가졌을 것이다. 환경을 바꿀 수 없으면 아니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을 효율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심리학 책은 그런 지침을 주기에 유익하다. 행복이란 말이 마음을 끈다. 행복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물론 그의 물리학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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