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혈병이라고만 알았지 그 단어가 壞血病으로 표기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괴는 무너질 괴(壞)다. 혈은 피 혈(血)이니 피가 무너진다는 의미인가? 이 병이 가장 맹위를 떨친 시기는 15~16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중반까지의 범선(帆船)시대였다.(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범선시대가 전개되었다. 역시 괴혈병이 문제였다. 우리나라는 범선 시대에서 예외였다. 만일 그랬다면 어땠을까?)
이 시대 선원들의 식사에서 부족한 필수 영양소는 비타민 c였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은 대개 간에서 스스로 비타민 c를 합성할 수 있지만 사람은 다른 유인원과 함께 그 생화학적 능력을 잃었다. 나무에서 살던 우리 조상에게 우연히 일어난 대사 돌연변이 때문이었다. 그 원인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광범위한 서식지에서 사냥한 고기를 포함한 아주 다양한 음식들을 먹었기 때문이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날 무렵 모든 함선에 매일 레몬 주스를 제공한 영국은 승리를 구가할 수 있었다.
이상은 오리진의 저자 루이스 다트넬의 다른 책 인간이 되다에서 읽은 내용이다. 오리진 만큼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 인간이 되다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인간이 되다의 이야기들 가운데 매몰 비용 오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매몰 비용 오류는 일단 투자가 일어나면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진 뒤에도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경향을 의미한다.
전쟁이야말로 대표적인 매몰 비용 오류에 해당한다.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될 때까지 20년 동안 연장되었고 아이젠하워에서부터,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에 이르는 다섯 대통령의 행정부를 거쳤다. 한국전쟁 종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아이젠하워부터라는 사실이 흥미를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