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의 전곡도서관, 연천 도서관 말고도 옥정호수도서관, 덕계도서관(이상 양주), 한울도서관, 파주중앙도서관, 적성도서관(이상 파주) 등 이 도서관, 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동유럽 방언으로 떠돌이 음악가(바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점을 알거나 느꼈다. 지하서고 또는 보존서고 도서를 자주 빌리게 되니 내가 잠자는 도서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첫 번째다. 작은 도서관에 큰 도서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도서가 있곤 하다는 사실을 안 것이 두 번째다. 
무심코 잡은 책에서 큰 단서를 얻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 세 번째다. 선현(先賢)의 지혜를 쉽게 그것도 싼 값에 구할 수 있는 책은 가성비가 참 높다는 점이 네 번째다. 올해 내게 큰 도움이 된 책은 비커밍 어스, 지구 이야기, 지구의 삶과 죽음 등이다. 
내 안의 물고기,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 등을 쓴 닐 슈빈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빌려왔고 지구에 관한 작은 책은 알라딘 중고로 구입했다.(같은 책을 두 번 사는 경우가 있듯 이 책은 두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니 스스로 낭패 거리를 만든 셈이다.) 
지구에 관한 작은 책은 물리학과 철학에서 지질학으로란 챕터가 있어 흥미롭다. 이는 과학의 외삽(外揷)으로서의 형이상학(2000년 출간 이정우 지음 접힘과 펼쳐짐 19 페이지)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진퇴양난의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기억이 풍성하기에 나는 책은 가능한 한 헤프게 구입하는 편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두 곳에서 같은 책을 빌려온 것은 많이 아깝다. 빌릴 책을 못 빌린 것이니 그렇다. 신발 끈을 다시 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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