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휴지(休止) 없이 곧바로 다음 악장으로 연결되는 곡들이 있다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2악장에서 3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그렇고, 슈만 첼로 협주곡 가운데 2악장에서 3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그렇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서우석 교수의 음악과 현상에 나오는 다음의 글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는 처음부터 고양(高揚)된 감정에서 출발해 버린다. 그런가 하면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6번 교향곡)’의 시작은 우리가 이미 선율의 중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베토벤의 합창 교향곡(9번 교향곡)’은 시작이라고 할 수도 없고 서주(序奏)라고도 할 수 없는 느낌으로 시작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은 천천히 그리고 장중하게 그 시작을 오랫 동안 알린다...”(164 페이지)

 

이 논의에 맞춰 휴지 없이 다음 악장으로 이어지는 곡들에 대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곡들은 기다림 또는 쉼의 기쁨을 주지 않는 대신 긴박(緊迫)한 일정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 정도(定度)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의 경우보다 슈만 첼로 협주곡이 더하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은 2악장에서 3악장으로 넘어갈 때 약간의 늦춤이 있지만 슈만 첼로 협주곡은 그렇지 않다.

 

이런(중간 휴지 없이 바로 다음 악장으로 연결되는) 곡들 가운데 베토벤 현악 4중주 7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빼놓을 수 없다어떻든 나는 멈추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스스로 다짐하고 싶을 때 이런 곡들을 듣는다.

 

슈만의 다섯 개의 민요 소품이 어떤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 만에 슈만 만찬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