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진흙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나듯 모든 사람들은 냄새나는 진흙을 보면서 오직 연꽃을 보아야 한다. "(미즈노 고겐 지음 '경전의 성립과 전개' 102 페이지)

 

현장(?; 7세기 중엽), 진제(眞諦; 6세기 중엽), 불공(不空; 8세기 중엽) 등과 함께 인도 경전을 한역(漢譯)4대 번역가인 승려 구마라집(Kumarajiva, 鳩摩羅什; 5세기 초)이 한 말이다.

 

[진흙에서 연꽃이 피어난다는 말을 할 뿐인 우리들에게 냄새나는 진흙에서 오직 연꽃을 보아야 한다는 구마라집의 말(생각)은 미궁(迷宮)에 빠진 테세우스를 인도해준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느껴진다.

 

더러운 진흙에서 연꽃이 피어난다는 말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은 대상을 전체 그대로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 조각 찢어 이해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고대 중앙 아시아의 오아시스 국가 쿠챠(Kucha)에서 태어난 구마라집(일지 스님 지음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 136 페이지)은 어린 시절 한 아라한으로부터 35세에 파계를 하게 될 것이란 괘()를 받은 파란의 인물이다.

 

"이 아들의 용모는 보통이 아니다. 명승성자(名僧聖者)의 상()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만약 35세에 파계하지 않는다면 성자가 되지만 계를 범한다면 다만 법사가 되는 데 그치게 될 것이다."

 

구마라집은 결국 예언된 대로 35세에 파계를 하고 만다. 궁금한 것은 파계가 과연 구마라집의 발목을 잡은 것이었을까?란 것이다.

 

그의 파계로부터 철저한 지계(持戒)의 상좌불교와 번뇌 속에서 깨달음을 열어가는 인간적인 대승불교라는 해석('월정사의 전나무 숲길' 140 페이지)을 이끌어내는 분도 있지만 불교의 문외한인 나에게는 아직은 이해불가의 말이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들은 참 많다. 구마라집처럼 성공 가도의 변수, 복병은 아주 쉽게는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의 인생엔 미지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나는 커다랗게 열려진 황혼의 괄호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꿈꾸는 기분에 잠겨 있었다.]

 

김승희 시인의 '낯선 고향 속으로'의 마지막 연이다. 시인이 한 대학병원에서 창백한 환자복을 입고 죽음이 가까운 미소를 짓고 있는 아이를 보고 쓴 시이다.

 

호사(好事)에는 복병(伏兵)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저 아이 같은 사례에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미지수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 이것이 인생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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