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문학관 목록에 기형도 문학관을 더했다. 이 문학관은 내가 개관(開館)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은 유일한 문학관이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 이미 많은 문학관들이 설립되었고 문학에 관심을 두었을 때 나는 문학관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시나 소설을 순수(?)하게 읽기만 했다.

몇 년 사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그래도 어제 페친 작가의 신간 장편을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주문했다.)

그런 내게 문학관에 가고 문학 작품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엇갈림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상황은 보르헤스의 아이러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르헨티나의 국립 도서관장에 임명되었을 때 보르헤스는 시력을 읽은 상태였다.

이 난경(難境)이 그를 환상 문학으로 가게 했다. 시력은 되돌릴 수 없지만 문학에 대한 관심은 되돌릴 수 있다.

오픈 시간 내에 언제든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문학관(박물관, 궁궐, 능도 마찬가지이지만)은 (시간이 정해진) 강의 장소와 달리 마음 편한 곳이다.

지난 여름, 그리고 가을 윤동주 문학관을 몇 차례 찾았었다. 부암동 언덕에 자리한 그 문학관은 청운문학 도서관과 함께 올해 내가 찾은 명소들이다.

너무 협소해 아쉽지만 의미 깊은 곳이다. 시인이 즐겨 읽던 미당의 화사집(花蛇集)과 발레리의 ‘시학서설’ 등의 책이 눈에 띄었는데 기형도 문학관에서는 어떤 기획물들을 볼 수 있을까?

이제 기형도 문학관에 가면 윤동주 문학관에 이어 가는 두 번째 문학관이 된다.

그의 시들을 다시 읽고 시인론들을 꼼꼼히 읽어야겠다. 타계 직후 나온 유고 시집(‘입 속의 검은 잎’)에 실린 김현 교수의 해설도 중요 참고거리이다.

시도 한 대 여섯 편 외울 생각이다. 운동주 시인과 비교하는 것도 재미 있겠다. 사람들에게 적어도 한 시간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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