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을 읽지 않은 지 3, 4년 정도 된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본격 읽기만 하지 않았을 뿐 제목과 목차, 그리고 저자 후기 정도의 글은 읽었다.

그러니 주례사 같은 평론, 과도한 이론 의존의 평론 등의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사정이야 어떻든 내가 평론 특히 시 평론집을 읽지 않아온 것은 내가 그 책들로부터 내 삶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발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최근 두 가지 점에서 평론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나는 모 밴드로부터 주 1편 정도의 시 해설을 게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내 글은 본격 시 평론과 소략한 느낌 전달 사이에 난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제 대형 서점 신간 매대에서 본 평론집이 내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박슬기의 첫 평론집이자 시 평론집인 ‘누보 바로크‘가 그 책이다.

모든 책이 그렇지는 않지만 잘 쓴 책들은 제목에 주제가 압축적으로 깃들어 있다.

알다시피 일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바로크란 말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것은 우리 시들이 함유하고 있는 우울, 알레고리, 파국에 대한 사유이다.

‘누보 바로크‘를 읽고 저자가 언급한 시집들을 읽는 것이 내 목표이다.

다르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최근 읽은 이은봉 시인의 글이 하나의 단서로 여겨진다.

요즘 시는 독해법을 익히지 않고서는 읽기 어렵다는 의미의 글이다. 이 글이 시 읽기의 의지를 새롭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시와 시 평론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와 시 평론 모두 어렵지만 두 장르의 차이까지 느낄 수 있다면 최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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