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명전은 현재 경운궁 밖에 위치하고 있다. 정동극장을 나와 바로 우회전 해 십여 미터 가면 만날 수 있다. 지난 8월 경운궁 답사에서 동선을 설정하며 문의했는데 경운궁 경내에서 중명전을 보기 위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나는 중명전을 보러 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동선을 취해도 되는지를 물었었다. 당연히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

중명전의 옛 이름은 수옥헌이다. 중명전이 궁 밖에 위치하게 된 것은 일제가 궁을 축소하기 위해 석조전과 중명전 사이에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중명전은 궁 밖으로 떨어져 나가게 되었다.

중명전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전각이자 고종의 서재로 쓰이던 곳이다. 고종은 이곳에서 여러 외국 사신을 접견했다.

긴박한 대한제국기에 서재라니 할 수도 있다. 1904년 경운궁의 대화재로 고종은 수옥헌을 임시 거처로 쓰며 전각의 이름을 중명전으로 격상시켰다.

궁궐 전각에도 위계가 있다. 전당합각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이 그것이다. 근정전, 자선당, 곤녕합, 비현각, 집옥재, 영춘헌, 경회루, 향원정 등이 그 예이다.

이 여덟 전각들 중 일곱 전각은 경복궁의 것들이다. 하나 예외인 것은 영춘헌이다. 창경궁의 건물로 정조의 서재로 쓰인 곳이다. 정조 역시 책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군주이다.

모레 치를 시연 준비를 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내일 치를 시연을 아직 준비하지도 못했다는 분에 비하면 나은 걸까?

미적거리다가 꼭 마감에 임박해 글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 시작을 하면 어떤 미지의 힘이 자신을 쓰기 모드로 몰고 간다는 분의 글을 최근 읽었다.

글과 달리 해설은 쓰고 외워 말로 설명까지 해야 하니 더 어려운데 참 길게 미적거린다는 생각이 든다. 완벽주의 탓도 아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쓰다가 자신감이 떨어지면 중단하는 이 것, 양가감정일까?

그나마 글을 외우기 좋게 쓰는 비결 같은 것을 조금 알게 되었다. 다행이지만 그것을 믿고 미적거린다면 문제이다. 뒹굴거리다가 영감이 생기기를 바라는 거라면 의도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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