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동 프란치스코(작은 형제회) 교육회관을 설명하는 해설사로부터 연락(連絡)의 락(絡)이 맥락 락과 함께 헌 솜 락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적(籍)이 문서는 물론 왕이 친히 경작하는 농지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처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해설사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절제와 소박의 삶을 상징하는 단어로 그 단어를 든 것이다. 수긍할 만하다.
한 나무 아래에서 이틀 연속으로 머물지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소유욕이 일 것을 경계하는 차원이다.
絡의 숨은 의미를 드러낸 것은 참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제 그 해설사는 장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드러냈다. 해설사가 絡이 무슨 자인지 물었을 때 나는 맥락 락이라 답했다.
그러자 해설사는 원하는 답이 아니어서인지 아무 말도 안 하다가 絡은 헌 솜 락자라는 답을 했다. 나라면 맥락 락자로 쓰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헌 솜 락자이기도 하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그 해설사가 정동의 칠엽수 즉 마로니에를 설명할 때 내가 칠엽수가 불교와 관련이 있는지 묻자 그는 불교와 관련 있는 나무는 보리수라고 답했다.
칠엽수가 불교와 관련 없다 해도 불교와 관련 있는 나무는 하나가 아닐 텐데 보리수 하나인 것처럼 답하는 것은 문제이다.
이는 나무나 불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논리) 차원의 문제이다. 불교의 1차 결집이 칠엽굴에서 이루어졌다.
굴 주변에 칠엽수가 많아서 칠엽굴이라 불린 것이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칠엽수는 불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결집이 이루어진 칠엽굴 주변에 많은 나무였을 뿐이다.
이렇듯 어제는 느낀 점이 많은 하루였다. 나 역시 아직은 부족하고 어설프다.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나와 비교하게 되고 못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란 생각을 한다. 내 고유의 논리와 양식을 빨리 만들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