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권의 중국 고전들을 모아 놓은 사고전서(四庫全書)에도 각자도생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2016년 7월 8일 매일경제 ‘각자도생 시대’)
그런데 뜻 밖에도 조선왕조실록에 이 말이 나온다. 무려 아홉 차례나. 물론 기사는 네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니 틀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록에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네 번, 각자도생(各自逃生)이란 말이 다섯 번 나온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잘 알려졌듯 각자 제 살길을 도모한다는 뜻이고, 각자도생(各自逃生)이란 제각기 도망한다는 뜻이다. (도망 역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과 각자도생(各自逃生)을 더하면 아홉 차례가 되는데 선조와 인조 재위시에 각 세 차례씩, 숙종, 순종, 고종 재위시에 각 한 번씩이다.
선조 재위시는 왜란(倭亂)을 겪은 시기이고 인조 재위시는 호란(胡亂)을 겪은 시기이다.
요즘 전쟁 상황이 아님에도 각자도생이란 말이 자주 쓰인다. 이는 우리가 참 살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 1회 모임을 갖던 시기를 두 번(기초 과정: 2016년 4월 21 – 2016년 7월 14일, 전문가 과정: 2016년 10월 6일 – 2017년 1월 19일) 보내고 주 2회 정도 모임을 갖던 시기(연구원 과정: 2017년 6월 7일 – 8월 20일)도 보내어 이제 1년에 한 번 송년회 때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된 나와 동기들을 보며 각자도생이란 말을 떠올려도 될까?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연구회에서 만날 수 있지만 여러 연구회가 있어 함께 모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전문가 과정에서부터 함께 해온 한 동기(同期)는 목표 의식이 없어져서인지 너무 허탈하다는 말을 단톡방에 남겼다.
우리는 이제 함께 공부한 수습 시기를 지나 홀로 해설을 하며 세파(世波)를 헤쳐가야 할 시기를 맞았다.
굳이 말하자면 나도 허무하고 아쉽지만 마음 잡으려고 크게 애쓰지 않는다.
내가 강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나는 참 마음이 약하고 여리다. 하지만 마음 잡으려고 굳이 크게 애쓸 필요가 없는 데에는 이유가 달리 있다.
전문가 과정(36기) 동기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지만 이는 공부 모임이 아니라 친목 모임이다.
어쩌면 나도 그렇고 단톡방에 너무 허탈하다는 말을 남긴 동기도 그렇고 공부하며 함께 시간을 나누는 모임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떻든 그 동기를 비롯해 연구원 동기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생에서 이룬 것이 많고 연수(練修)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을 잊어야 하기에 허탈할 수도 있고 잠시 넋을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는 무언가 준비하고 구상해야 하기에 그럴 여유가 없다. 아쉽지만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잠시 몸을 쉬게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