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리학(psychogeography)은 신경과학과 건축, 환경 설계 등을 접목시킨 학문이다. 이 과목을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플라뇌르(flaneur) 개념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설명한 글을 읽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빠리에서 일어난 근대화 현상을 지켜보는 자들을 지칭하던 플라뇌르는 산책자 또는 만보자(漫步者)를 뜻한다.

산책자, 하면 니체가 생각난다. 하지만 대립항으로 설정해 설명할 사람이 있으니 루소와 보들레르이다.

루소는 자연을 산책하는 몽상가였고 보들레르는 유행의 물결과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는 몽상가였다.(김상환 지음 ‘해체론 시대의 철학’ 359 페이지)

보들레르는 죽음을,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주는 것으로 표현(‘악의 꽃’ 수록 ‘가난뱅이들의 죽음’에서)했다.

심리지리학의 선구자인 콜린 엘러드는 도시를 걸으며 즐기도록 하는 것은 새로움과 감각적 흥미라고 말한다.(‘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177 페이지)

그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권태는 불가피한 것이고 우리를 창조성으로 이끄는 건강한 것이지만 감각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무시하도록 설계된 거리 풍경과 건물은 새로움과 감각을 추구하는 진화적 충동을 거스를 뿐 아니라 미래의 인간에게도 편안함이나 행복, 최적의 기능성을 안겨주지 못할 것이다.

어제 경복궁 시연에서 나는 동선(動線) 설정은 물론 내용도 새로워서 좋았다는 평을 들었다.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미를 음미하게 하면서도 재미를 느끼게 하고 추구하는 새로움이 거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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