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전철의 최북단 역인 소요산역 가는 버스 안. 북위 38도선 기념비 가까운 곳의 한탄강 정류장에서 한 여자 분 탑승.

단말기에 교통 카드를 태그하지 않고 잠깐만요란 말과 함께 놓고 내린 우산을 찾으러 왔다는 말을 하고 버스에 올라 곧바로 우산을 찾아 들고 내린다.
우산을 놓고 내린 것을 알고 바로 택시를 타 버스를 앞지른 뒤 한탄강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던 듯.
가볍게 미소지을 상황임에 분명한 일이어서 나는 그 마음이 이해된다는 의미를 담은 웃음 소리를 냈다.

그 여자 분은 우산 때문에요? 란 기사의 말에 중요한 물건이라서요란 답을 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기념이 될 만한 물건이어서였겠지만 스마트폰이나 귀한 가방 같은 물건들을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는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그 분은 신문 기사를 통해 알려지는 것처럼 천이 찢어지거나 살이 부러지거나 펴지지 않는 우산을 수리 센터에 맡겨 고쳐 쓰는 사람들의 부류일 것이다.

나는 천 원짜리 펜을 잃어버려도 누군가와 헤어진 듯 마음이 스산하기만 하다. 그런 내게 그 여자분은 정이 많은 사람으로까지 보인다.

이상은 어제 있었던 일이고 상념이었다. 비는 내리지 않아 좋았지만 많이 내릴 거라는 예보를 따라 경복궁 리허설을 월요일로 연기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서울 가는 길의 평안함이 서울에서는 사라지는 것이 이제 낯설지 않다. 그래도 바쁘고 여유 없는 가운데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은 최고의 피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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