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직접적으로 대상을 비추는 너무도 밝은 실외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진, 글 등등 모든 것을 식별하기 어렵다.

들어갈 실내를 찾아 두리번 거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럴 때 아웃 포커싱(outfocusing)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촬영하려는 대상만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배경은 흐릿하게 처리하는 사진 기법이다.

어제 구입한 독일 문학 전공의 작가 서용좌 교수의 장편 소설 ‘흐릿한 하늘의 해’를 읽으며 나는 흐릿한 해라는 말이 아웃 포커싱이란 개념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건강하지 못한 개체는 대상의 전경(前景)과 배경(背景)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경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을 말하고, 배경은 나머지 부분을 말한다.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지 못하면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태에 머물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자전적 성격이 어떤 작품보다 짙은 ‘흐릿한 하늘의 해’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줄의 글을 쓰지 못한 채 삼백예순날이 흘러갔다.”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님이 짐작되는데 이어지는 부분에서 작가는 “슬럼프라고 하는 말은 잘 나가던 사람들을 두고 쓴다. 그러니 나로서는 그냥 침체의 늪이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란 말을 한다.

거의 일주일에 걸쳐 성(城)에 진입하려는 고투(苦鬪)를 계속하지만 실패하는 K의 이야기인 ‘카프카의 ‘성(城)’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런 것 같다는...

나는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문을 찾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 맞다. 마음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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