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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 역사관
박찬희 지음, 장경혜 그림 / 빨간소금 / 2017년 4월
평점 :
박찬희 학예사의 '구석구석 박물관'은 38만점에 이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들을 선사 및 고대관, 중근세관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 책이다. 지식을 전하는 것 이상으로 박물관의 문화유산을 보고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주안점을 둔 책이다. 관심 있는 관계자는 물론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들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할 만한 자료이다.
선사 및 고대관, 중근세관을 알아보기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개괄적 정보가 제시되었는데 우리나라 박물관의 역사 및 설계자의 의도,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 박물관을 활용하는 방법, 주의 사항, 유물이 박물관에 오게 된 사정, 그리고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제한적 범위 안에서 최적의 조합으로 설명한 방식이 돋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유물의 비밀을 푸는 방법’이란 글이다. 옛날 글씨를 쓰던 재료인 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적외선을 쏘아 눈에 보이지 않던 글자를 알아보는 것도 그렇고 엑스레이를 조사(照射)하자 그림 속에서 또 다른 그림이 나온 것도 그렇다.
삼국시대의 책이나 종이 문서는 앞으로도 발견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금석문은 앞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도 의미 있게 들어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유물들은 원래 박물관에 전시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상상력으로 그들이 박물관에 오게 된 배경이나 역사적 상황을 헤아려보라는 의미이다.
저자는 박물관을 유물을 조사, 보존, 연구 전시하는 공간으로 설명한다. 선사 및 고대관에서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먹도끼, 농경문 청동기, 고조선, 가야 및 부여 등에 대해 친절하고도 쉬운 설명이 제시된다.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내용은 우리가 미역을 먹게 된 것은 새끼를 낳은 어미 고래가 미역을 먹는 모습을 보고 따라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설명이다.
가야가 철이 풍부했었던 것은 쇠의 바다라는 뜻의 김해(金海)라는 지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역사가들은 가야도 고대 역사에서 중요했었으니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이 아닌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봉황의 머리를 닮은 유리병인 신라의 봉수형(鳳首形) 유리병을 설명하며 저자는 삼국시대의 문화는 먼 지역까지 오고 갔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풍성해졌다고 덧붙인다. 봉수형 유리병은 우리나라의 일반적 양식과 차이가 크고 지중해 및 인근의 것들이라 보는 게 타당하다.
조령(鳥靈) 신앙이 있었는데 이는 새가 죽은 이들의 영혼을 하늘이나 다른 세상으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은 것을 말한다. 후에 그 역할은 말이 잇는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의미부여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저자는 최고의 걸작으로 소문난 석굴암을 예로 들며 사실 과장된 측면이 있으니 자기 눈에 무엇이 보이는지, 솔직하게 어떤 느낌이 드는지 헤아려 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유물을 공부하는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고려 청자, 앙부일구, 임진왜란, 대동여지도 등을 설명한 중근세관에서 저자가 말했듯 청자를 볼 때 나아가 다른 유물을 볼 때도 그것을 사용한 사람 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 만든 장소도 함께 떠올려야 유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구석 구석 박물관'의 장점은 디테일에 있다. 고려 개성의 관문이었던 벽란도(碧瀾渡)의 도(渡)가 섬이 아닌 나루터를 의미한다고 지적하는 것이 그렇다. 향을 피우는 그릇이 향완(香碗)임을 환기시키는 것도 그렇다. 목판을 새기는 사람을 각수(刻手)라 부른다고 말하는 부분도 새롭다.
저자는 청자에 따라다니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기분 좋은 말 뒤에 숨은 시대의 속사정을 헤아려볼 때 유물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이 바로 유물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이고 공부를 하는 좋은 방식일 것이다. 저자는 국보든 보물이든 지정되지 않은 유물이든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말했듯 '구석 구석 박물관'은 공부하는 자세, 유물을 대하는 방법, 나아가 생각하고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내는 방식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관련된 많은 책을 읽고 답사도 부지런히 하며 진정으로 공부하고 유물을 사랑하는 문화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